명왕성의 사진. 하트 모양으로 보이는 곳은 스푸트니크 평원이다./미 항공우주국(NASA)

지난 2006년 태양계 아홉 번째 행성 자리에서 물러난 명왕성이 다시 논쟁의 중심에 섰다. 미 항공우주국(NASA) 수장이 직접 명왕성의 행성 지위를 재검토해야 한다는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혔기 때문이다.

재러드 아이작먼 NASA 국장은 지난달 28일(현지 시각) 미국 상원 세출위원회 청문회에서 "나는 명왕성을 다시 행성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입장에 전적으로 찬성한다"며 "NASA가 명왕성의 지위를 과학계에서 다시 논의하도록 제안하는 내용의 논문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다만 NASA가 원한다고 명왕성이 곧바로 행성 지위를 되찾는 것은 아니다. 태양계 천체의 공식 분류 기준을 정하는 곳은 국제천문연맹(IAU)이다. 하지만 아이작먼 국장의 발언은 명왕성을 둘러싼 논쟁이 아직 끝나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 아홉 번째 행성에서 왜소행성으로

명왕성은 1930년 미국인 천문학자 클라이드 톰보가 미국 애리조나주에 위치한 로웰천문대에서 발견했다. 이후 76년 동안 수성과 금성, 지구, 화성, 목성, 토성, 천왕성, 해왕성에 이어 태양계의 아홉 번째 행성으로 불렸다. 학교 교과서와 과학책, 대중문화 속에서 '태양계 행성은 아홉 개'라는 인식이 굳어졌다.

하지만 1990년대 이후 해왕성 바깥에서 명왕성과 비슷한 천체들이 잇따라 발견되면서 '명왕성을 행성으로 둔다면 비슷한 천체들도 행성으로 불러야 하지 않느냐'는 문제가 제기됐다. 명왕성은 크기가 달보다 작고, 궤도도 다른 행성들보다 더 찌그러져 있다. 또 해왕성 바깥의 작은 천체들이 모여 있는 카이퍼벨트에 속해 있어, 주변 궤도 영역을 여러 천체와 공유한다.

결정적인 계기는 2005년 '에리스'의 발견이었다. 당시 에리스는 명왕성보다 큰 천체로 여겨지면서, 명왕성이 행성이라면 에리스도 행성이 되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한때 에리스는 열 번째 행성 후보로까지 거론됐다.

결국 IAU는 이듬해 체코 프라하 총회에서 행성의 정의를 새로 정했다. 태양 주위를 돌고, 자체 중력으로 거의 둥근 형태를 이룰 만큼 충분한 질량을 가지며, 공전 궤도 주변에서 중력적으로 지배적인 천체여야 한다는 세 조건이었다.

명왕성은 앞의 두 조건은 만족했지만, 카이퍼벨트의 여러 천체와 궤도 영역을 공유한다는 이유로 세 번째 조건을 충족하지 못했다. 결국 명왕성은 행성이 아니라 '왜소행성'이자 해왕성 바깥 천체의 대표 사례로 재분류됐다.

해왕성(Neptune) 너머 있는 소행성대인 카이퍼 벨트(Kuiper Belt). 그 바깥에 행성 지위에서 퇴출된 명왕성(Pluto)이 있다./미 항공우주국(NASA)

◇ 그래도 끝나지 않은 논쟁… "미국의 자존심 걸린 문제"

명왕성 논쟁은 이후에도 멈추지 않았다. 2015년 NASA의 뉴호라이즌스 탐사선이 명왕성을 근접 통과하면서, 명왕성이 예상보다 훨씬 복잡하고 역동적인 천체라는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탐사 결과 명왕성에는 얼음 산맥과 평원, 희박한 대기, 안개층, 지질 활동의 흔적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후 일부 행성과학자들 사이에서는 행성의 기준을 궤도 지배력만으로 볼 것이 아니라, 천체 자체의 물리적·지질학적 특성에서 찾아야 한다는 주장이 이어졌다. 명왕성처럼 자체 중력으로 둥근 형태를 이루고, 복잡한 표면 지형과 대기, 지질 활동의 흔적을 지닌 천체라면 행성으로 볼 수 있다는 논리다.

특히 명왕성 논쟁은 유독 미국에서 두드러졌다. 문홍규 한국천문연구원 책임연구원은 "명왕성은 미국인이 발견한 유일한 행성으로, 미국 천문학이 세계사에 남긴 상징적 발견으로 받아들여져 왔다. 즉 미국의 자존심이라고 볼 수 있다"며 "명왕성을 행성으로 보려는 일부 과학자의 주장에는 '국가적 자존심'이 결부돼 있다"고 설명했다.

아이작먼 국장의 발언도 이 같은 정서와 맞닿아 있다. 그는 청문회에서 명왕성을 다시 행성으로 만들자는 입장에 힘을 실으면서 "명왕성을 발견한 클라이드 톰보가 과거에 받았고, 마땅히 받아야 할 인정을 다시 받아야 한다"는 취지로 말하기도 했다.

과연 명왕성이 실제로 행성 지위를 되찾을 수 있을까. 문 책임연구원은 "미국 천문학자들이 워낙 절대 다수이기 때문에, 일정 정족수 이상이 표결에 붙이자고 요구하면 거부할 수 없을 것"이라면서 IAU가 다시 논의에 나설 가능성은 배제하지 않았다.

다만 그는 "명왕성과 궤도가 비슷하고 격이 같은 왜소행성들이 너무 많다"며 "명왕성을 행성으로 인정하면 아직 파악조차 되지 않은 외곽 천체들까지 행성 범주에 들어올 수 있다. 그렇게 되면 행성이라는 기준 자체가 모호해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