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음주운전 단속을 진행 중인 모습. 기존 측정 방식으로는 측정한 시점의 음주 상태만 확인할 수 있다. /뉴스1

음주운전 사고를 낸 운전자가 "운전할 때는 술을 마시지 않았고, 사고 뒤에 마셨다"고 주장한다면 어떻게 확인할 수 있을까. 실제 수사 현장에서 이런 '사후 음주' 주장은 골칫거리다. 호흡이나 혈액 검사에서 나온 알코올 농도는 측정 당시 상태를 보여줄 뿐이라, 사고 당시 음주 여부를 판단하려면 정황에 의존해야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스웨덴 린셰핑대와 국립법의학위원회 공동 연구팀은 이런 사후 음주 주장을 검증하는 데 활용할 수 있는 디지털 트윈 분석 모델을 개발했다고 30일 밝혔다. 디지털 트윈은 현실의 사람이나 사물을 가상공간에 구현해 데이터를 분석하고 예측하는 기술이다. 이번 연구에서는 개인의 신체 조건을 반영한 '가상 인체 모델'로 몸속 알코올 농도 변화를 계산했다.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사이언티픽 리포트'에 실렸다.

음주 범죄 수사에서는 단순히 "술을 마셨느냐"보다 "언제, 얼마나 마셨느냐"가 중요한 경우가 많다. 음주운전뿐 아니라 폭행, 사망 사고 등에서도 범행 당시 술에 취해 있었는지가 책임 판단에 영향을 줄 수 있다. 하지만 혈액이나 호흡 측정만으로는 사건 당시 상태를 되짚는 데 한계가 있었다.

연구진은 호흡, 혈액, 소변 샘플을 함께 분석하는 모델을 만들었다. 단순히 알코올 농도만 보는 것이 아니라, 알코올이 몸에서 분해될 때 생기는 여러 대사산물까지 반영했다. 여기에 성별, 나이, 키, 몸무게, 질환 여부 같은 개인별 조건을 결합해 술을 언제, 얼마나 마셨을 가능성이 큰지 계산하는 방식이다.

같은 양의 술을 마셔도 사람마다 몸속 변화는 다르다. 공복인지 식사 후인지, 맥주인지 독한 술인지, 위에서 음식물이 얼마나 빨리 내려가는지에 따라 알코올 흡수 속도가 달라진다. 연구진은 앞으로 음식 섭취 여부, 술 종류, 위 배출 속도 같은 요소도 모델에 반영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의 목표는 이 기술을 상용화해 법의학 수사 현장에서 쓸 수 있는 도구를 만드는 것이다. 수사관이나 법의학 전문가가 검사 데이터를 입력하면 모델이 가능한 음주 시점과 음주량을 확률적으로 제시하는 식이다. 사고 뒤 음주를 주장하는 운전자의 해명을 검증하거나, 사건 발생 몇 시간 뒤 채취한 샘플로 범행 당시 상태를 추정하는 데 활용될 수 있다. 음주 범죄 수사에서 "사고 뒤 마셨다"는 변명이 쉽게 통하지 않는 시대가 가까워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