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바이오로직스 노동조합이 다음 달 1일부터 전면 파업에 들어간다. 2011년 창사 이후 첫 파업이 된다. 바이오 의약품 생산은 살아 있는 세포를 24시간 배양하는 연속 공정이어서, 파업이 실제 생산 차질로 이어질 경우 수천억 원대 손실과 글로벌 고객사 신뢰 훼손으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업계에 따르면 삼성바이오로직스 노조는 지난 28일부터 60여 명이 참여한 부분 파업에 들어갔다. 노조는 다음 달 1일부터 5일간 전면 파업을 예고한 상태다. 전체 직원 3900여 명 중 2000여 명이 파업 참여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회사 측은 파업이 예정대로 진행되면 공정 중단과 고객사 신뢰도 하락 등으로 6400억원 수준의 피해가 발생할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 인천지법은 지난 23일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노조를 상대로 낸 쟁의 행위 금지 가처분 신청을 일부 인용했다. 법원은 농축·버퍼 교환, 원액 충전, 관련 버퍼 제조·공급 등 변질·부패 방지와 직결된 3개 공정의 파업은 제한했지만, 배양·정제 관련 6개 공정에 대해서는 신청을 기각했다. 이미 만들어진 원료·제품의 변질을 막기 위한 작업은 보호 대상이지만, 배양 공정 전반까지 쟁의 행위를 금지할 수는 없다고 본 것이다. 노조는 제한 공정을 제외하고 파업에 돌입하겠다는 방침이다. 회사는 "나머지 항목도 쟁의 행위를 금지해야 한다"며 항소한 상태다.
바이오의약품 공장은 일반 제조업 공장과 다르다. 세포 해동부터 배양, 정제, 충전까지 전 과정이 365일 24시간 제어돼야 한다. 온도와 산소, 영양분 공급 등 조건이 흔들리면 세포가 사멸하거나 단백질이 변질될 수 있다. 이 경우 생산 중이던 의약품은 폐기 대상이 된다. 글로벌 제약사의 의약품을 대신 생산하는 위탁개발생산(CDMO) 사업에서는 공급 안정성이 핵심 경쟁력으로 꼽힌다. 한 번 납기 차질이나 공급 리스크가 노출되면 고객사가 물량을 경쟁사로 돌릴 가능성도 있다.
노조 내부에서도 파업을 둘러싼 이견이 제기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노조위원장이 파업 돌입을 앞두고 30일까지 하와이에 체류 중인 사실이 알려지면서 내부에서 비판이 나왔다는 것이다. 노조위원장은 "임신한 아내 때문에 사전에 계획된 일정이고, 회사에도 부재를 통보했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노조가 집단 연차 방식으로 파업 참여를 독려하면서 부적절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조합원 온라인 대화방에서 사내 인트라넷에 사측 입장을 비판하는 댓글 게시를 독려하고, 파업 불참 의사를 밝힌 직원을 상대로 노조 가입 여부와 집회 참석 여부를 확인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노조는 1인당 3000만원 일시금 지급, 평균 14% 임금 인상, 영업이익 20% 성과급 배분 등을 요구하고 있다. 회사 측은 6.2% 인상안을 제시한 상태다. 양측은 13차례 교섭을 진행했지만 입장 차를 좁히지 못했다. 회사 측은 가용 인력을 투입해 생산 차질을 최소화하는 한편 법원 판단에 따라 대응하겠다는 입장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 관계자는 "회사는 파업 전 노사 간 대화를 하자는 고용노동부 중부지방고용노동청 제안에 응하려 했지만, 위원장이 부재한 상황이라 유감"이라며 "위원장 복귀 이후 대화 자리가 만들어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