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원자력연구원 연구팀이 부식 측정용 금속 조각(감시시편)을 설비 내부에 설치해 장기 정지 원전의 대기 부식을 측정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한국원자력연구원

원자력발전소가 정비를 위해 멈춰 있는 동안 내부 설비가 얼마나 부식되었는지 정밀하게 측정하는 기술이 개발됐다. 가동 중 발생한 녹과 정지 상태에서 생긴 녹을 명확히 구분할 수 있어, 노후 원전의 수명을 연장하는 '계속운전' 심사의 정확도가 획기적으로 높아질 전망이다.

◇ '진짜' 낡은 정도, 녹 섞이면 모른다

설계 수명이 다한 원전의 안전성을 입증하려면 멈춰 있던 기간의 부식량을 정확히 알아야 한다. 가동 중에는 고온의 물 때문에, 멈췄을 때는 습한 공기 때문에 녹이 슬어 원인과 속도가 완전히 다르기 때문이다. 이 데이터를 분리하지 못하면 설비 노후도를 정확히 진단하기 어렵다.

그동안은 원전이 멈춘 사이 공기에 노출되어 생긴 '대기 부식'을 측정하기 위해 배관 표면을 직접 긁어냈다. 하지만 이 방식은 가동 중 이미 형성된 산화막과 정지 후 새로 생긴 녹이 뒤섞여, 정지 기간에 발생한 순수한 부식량만 따로 떼어 파악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 '특수 금속 조각'으로 정지 기간 부식만 쏙

한국원자력연구원 전순혁 책임연구원팀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감시시편'이라는 특수 금속 조각을 고안했다. 연구팀은 실제 원전 배관 소재에 가동 시 생기는 산화막을 인위적으로 미리 입혀 실험용 조각을 만들었다.

이는 실험용 조각을 실제 배관과 '똑같은 상태'로 만들기 위해서다. 아무것도 없는 매끈한 새 금속 조각은 보호막(산화막)이 있는 실제 배관보다 훨씬 빨리 부식되는데, 이런 오차를 없애기 위해 실제 배관과 동일한 '녹 조건'을 맞춰준 것이다.

이 조각을 정지된 설비 내부에 넣어두었다가 꺼내 늘어난 무게를 재면, 이는 오로지 '정지 기간'에만 발생한 부식량을 의미한다.

◇ 설비 손상 없이 위치별 맞춤 관리 가능

새 기술은 배관 표면을 긁어내지 않아 설비 원형을 그대로 유지할 수 있다. 또한 조각을 여러 지점에 동시에 설치할 수 있어 위치별 부식 특성에 따른 맞춤형 관리도 가능하다.

연구팀은 이 기술을 최근 고리 2·3호기에 적용해 실증을 마쳤다고 밝혔다. 국내 특허 출원도 완료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