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내 한 약국.(기사 무관)/뉴스1

지난 17일 오후 서울 한 약국. 고열로 칭얼대는 아이를 안은 여성이 약사 김모씨에게 처방전을 내밀었다. 하지만 마침 처방된 항생제 재고가 없었다. 김씨는 "약이 곧 도착할 테니 조금만 기다려 달라"고 했지만, 10여분을 기다리던 여성은 다른 약국으로 발길을 돌렸다. 김씨는 "오전에 주문해둔 약이었는데 도매상에 연락해도 '가고 있다'는 말만 들었다"며 "언제 도착할지 몰라 무작정 기다려달라고 할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대웅제약이 이런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이달부터 '블록형 거점도매' 시스템을 도입했다고 21일 밝혔다. 전국을 10개 권역으로 나누고, 공개 경쟁입찰로 선정한 5개 거점 도매 파트너사를 통해 의약품을 유통하는 방식이다.

대웅제약은 "데이터 기반 실시간 관리 시스템을 통해 기존 유통 구조의 고질적 문제였던 배송 불확실성과 품질 관리를 개선했다"고 밝혔다. 기존에는 주문한 의약품이 언제 도착하는지 확인하기 어려워 약사들이 불편을 겪는 경우가 많았다.

/대웅제약 제공

블록형 거점 도매 시스템의 중심은 대웅제약이 자체 개발한 의약품 배송 전용 운송 관리 시스템(TMS)이다. 출고부터 배송 경로, 현재 위치까지 모든 과정을 데이터화해 약사가 스마트폰 앱으로 실시간 확인할 수 있다. 배송 차량이 약국 500m 반경에 진입하면 자동 알림이 뜬다.

배송 방식도 다양화했다. 1일 2회 정기 배송 외에 주문 후 3시간 이내에 도착하는 긴급 배송, 전날 오후 9시 전에 주문하면 약국 개점 전 지정 장소까지 입고하는 새벽 배송도 운영한다. 인천에서 약국을 운영하는 박모씨는 "주문한 약이 언제 도착하는지 수시로 배송 기사와 전화를 주고받을 필요가 없어졌고, 약 조제 스케줄도 미리 관리할 수 있어 환자에게 복용법과 주의사항을 설명하는 데 더욱 집중할 수 있게 됐다"고 했다.

대웅제약은 물류 관리 체계도 개선했다고 밝혔다. 냉장 의약품은 온·습도가 일정하게 유지되는 전용 차량에 실시간 중앙 관제 시스템을 결합해 운송한다. 회사 측은 폭염이나 혹한기에도 의약품 변질을 방지할 수 있는 체계라고 했다. 경기도 수원에서 약사로 일하는 이모씨는 "여름철에 배송 기사들이 냉장 보관이 필요한 의약품을 문고리에 걸어두고 가는 경우가 많아 불편했는데, 이런 부분이 확실히 편리해졌다"고 했다.

인공지능(AI) 기반 재고 분석 시스템도 도입했다. 권역별 재고를 실시간 분석하고 수요를 예측해 특정 지역이나 대형 약국으로의 물량 쏠림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다. 대웅제약은 "거점 간 재고 정보를 공유해 품절 우려가 있을 때 선제적으로 물량을 배분할 수 있게 됐다"며 "반품 처리 기간도 기존 수개월에서 10일 이내로 단축했다"고 밝혔다. 거점 유통사가 의약품을 직접 수거해 제약사에 즉시 전달하는 직배송 반품 체계를 갖춘 결과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