덴마크 오르후스대 연구팀이 비만·당뇨 치료제에 쓰이는 호르몬 GLP-1이 관절 속에서도 존재한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확인했다.
학계에선 이번 발견이 장기적으로 관절염 치료법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보여준다고 보고 있다.
그동안 비만약을 먹은 관절염 환자들이 "무릎 통증이 줄었다"고 말하면 전문가들은 대개 "살이 빠져서 무릎에 가해지는 무게가 줄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해 왔지만, 이번 연구는 약 성분이 직접 관절에 작용해 염증을 치료했을 가능성도 시사한다.
연구 결과는 지난 15일 국제 의료 학술지 '란셋 류머티스학'에 실렸다.
연구팀은 먼저 무릎 환자들의 관절 사이에 흐르는 액체(활액)를 주사기로 직접 뽑아낸 뒤 초정밀 분석 장비로 액체 성분을 조사했다. 그 결과 이 안에 GLP-1 호르몬이 소량 있고, 관절 세포엔 GLP-1 호르몬을 받아들일 수 있는 수용체가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지금까지 학계엔 GLP-1이 주로 장에서 분비돼 혈액을 통해 순환하는 호르몬으로 알려져 있었다. 이번 연구에서 처음으로 관절액에서도 소량 존재한다는 사실이 확인된 것이다.
연구팀은 혈액에 있는 GLP-1이 관절로 들어갈 수 있는 통로가 따로 있다고 봤다. 또한 GLP-1은 췌장이나 뇌에서 염증을 가라앉히는 역할을 하는 만큼, 관절 안에도 이 호르몬이 미세하게나마 염증을 조절하는 역할을 하고 있었을지도 모른다는 가설을 세우게 됐다.
연구팀은 이런 상황에서 GLP-1 호르몬 유사체 약물이 몸에 들어온다면, 이 약물이 관절까지 도달해 염증에 직접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GLP-1 비만치료제가 관절 염증을 줄여줄 가능성이 있다고 본 것이다.
연구팀은 "GLP-1 기반 약물이 체중 감소뿐 아니라 관절에서도 작용할 수 있는 생물학적 근거를 제시한 것"이라고 했다.
연구팀은 다만 이번 발견이 곧바로 GLP-1 호르몬 유사체로 관절염 치료제를 만들 수 있다는 뜻은 아니라고 했다. "실제로 약물이 염증을 얼마나 확실히 줄이는지는 추가적인 임상시험을 통해 증명해야 한다"는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