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액이나 체액을 통해 감염되는 D형 간염 바이러스의 전체 유전체(게놈)가 양자 컴퓨터에 처음으로 탑재됐다. 특정 생물 유전체 전체를 양자컴이 처리할 수 있는 형식으로 변환한 첫 사례다. 향후 기술이 고도화돼 더 빠르고 정교한 유전체 분석이 가능해지면, 감염병의 신속한 추적과 희귀 유전 질환 규명 등에 활용될 전망이다.

15일(현지 시각) 사이언스는 웰컴 생어 연구소와 옥스퍼드대 등 국제 공동 연구팀이 D형 간염 바이러스 유전체 전체를 양자 컴퓨터에 탑재하는 데 세계 최초로 성공했다고 전했다. D형 간염 바이러스는 약 1700개의 RNA 염기로 구성돼 있고, 현재 알려진 인간 바이러스 중 가장 적은 유전체를 가진 종이다.

연구팀은 DNA 서열을 압축하고 이를 효율적으로 양자 상태로 인코딩(변환)하는 알고리즘을 개발했다. 양자컴은 156큐비트 헤론(Heron) 프로세서를 탑재한 IBM의 양자컴을 사용했다. 유전체를 양자 컴퓨터에 탑재한다는 것은 DNA·RNA 염기서열 데이터를 양자 알고리즘이 처리할 수 있는 형식으로 변환하는 작업을 뜻한다.

연구팀은 이번 성과가 실제 유전체 데이터를 양자컴이 처리 가능한 형식으로 변환할 수 있음을 보여준 중요한 이정표라고 밝혔다. 특히 수많은 변이가 얽혀 있는 판게놈(Pangenome·범유전체) 분석처럼 기존 컴퓨팅으로는 부담이 큰 복잡한 데이터를 탐색하는 데 양자컴이 유용할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상용화까지는 과제가 남아 있다. 일각에서는 현재의 양자 컴퓨터가 여전히 오류에 취약해 유전체 분석에 쓰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이미 고도로 최적화된 기존 컴퓨팅 알고리즘과의 효율성 경쟁도 넘어야 할 산이다.

연구팀은 사용자가 염기서열 데이터를 업로드하면 양자컴으로 분석을 수행하는 온라인 서비스를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