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억년 전 하늘을 날던 익룡(翼龍)이 땅에서도 먹이를 뒤쫓았다는 사실이 국내에서 발굴된 발자국 화석으로 입증됐다. 익룡은 골격 구조상 땅에서 걸으며 먹이를 추격하는 데 문제가 없었다고 추정됐지만 이를 직접 보여주는 발자국이 발굴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김경수 진주교육대 교수가 이끈 국제 공동 연구진은 "경남 진주시의 진주층에서 발굴된 1억650만년 전 발자국 화석들을 분석한 결과 대형 익룡이 작은 동물을 뒤쫓던 모습임을 확인했다"고 16일 국제 학술지 '사이언티픽 리포트'에 발표했다.

호숫가에서 소형 동물을 뒤쫓는 익룡의 상상도./진주교육대

◇작은 동물 빨리 따라간 익룡 발자국

익룡은 하늘을 날았던 대형 파충류이다. 2억2800만년 전 출현해서 육지의 공룡(恐龍)과 더불어 중생대를 지배하다가 6600만년 전 같이 멸종했다고 추정된다. 연구진은 이번에 찾은 발자국 화석에 '진주에서 발견된 앞발이 길쭉한 익룡 발자국'이라는 뜻으로 진주이크누스 프로케루스(Jinjuichnus procerus)라는 학명을 붙였다.

학계가 이번 발견에 주목한 이유는 익룡의 발자국 바로 옆에 도롱뇽이나 도마뱀으로 추정되는 작은 육상 동물의 발자국이 나란히 남아 있었기 때문이다. 발자국으로 볼 때 작은 동물은 일정한 방향으로 걸어가다가 갑자기 25도 각도로 방향을 틀었다. 동시에 보폭도 크게 넓어졌다. 무언가에 놀라 다급하게 속도를 높여 도망치는 모습이라고 볼 수 있다.

연구진은 작은 동물을 놀라게 한 대상은 익룡이었다고 설명했다. 작은 동물이 도망친 방향을 따라 익룡의 발자국이 이어져 있었기 때문이다. 익룡은 초당 0.8m 속도로 빨리 걸으며 작은 동물을 뒤쫓았던 것으로 분석됐다.

물론 두 동물이 우연히 같은 장소를 각각 다른 시간에 지나가면서 남긴 흔적이라고도 볼 수 있다. 하지만 연구진은 발자국의 깊이와 보존 상태가 비슷하다는 점에서 익룡이 아주 짧은 시간 간격을 두고 작은 동물을 뒤쫓았다고 보는 게 타당하다고 밝혔다.

익룡과 소형 동물 발자국의 분포도와 3차원 이미지./진주교육대

◇육상 사냥 입증한 첫 발자국 증거

익룡 발자국의 주인공은 중생대 백악기(1억4600만년에서 6600만년 전)에 살았던 네오아즈다르키아(neoazhdarchia) 계통의 익룡으로 추정됐다. 그동안 고생물학계에서는 네오아즈다르키아 계통 익룡들이 오늘날 황새나 두루미처럼 땅 위를 걸어 다니며 작은 동물을 잡아먹는 '육상 포식자'였다는 가설이 꾸준히 제기됐다.

김경수 교수는 "해외에서 나온 골격 화석을 보면 네오아즈다르키아는 몸집이 크고 목이 길며 다리가 튼튼해 지상에서 걸어 다니며 먹이를 잡기에 유리했다고 해석됐다"고 말했다.하지만 육상 포식자 가설은 골격 형태로 추정한 것일 뿐, 육상 사냥 행동을 직접적으로 보여주는 화석 증거는 어디에서도 나오지 않았다.

연구진은 "이번 진주층의 화석은 익룡이 육상에서 척추동물을 사냥했음을 보여주는 최초의 발자국 증거가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번에 찾은 발자국 화석은 포식자인 익룡이 먹잇감인 소형 동물을 뒤쫓는 순간을 보여줬다는 말이다.

이번 논문에는 미국 오스틴 텍사스대의 박사후연구원인 정종윤 박사가 공동 교신저자로 등재됐으며, 국립대구과학관 최병도 박사와 중국 지질대 싱 리다(Lida Xing) 교수도 공저자로 이름을 올렸다. 이번 논문에서 분석한 익룡과 소형 동물의 발자국 표본은 진주 익룡 발자국 전시관에 전시됐다.

1억6000만년 전 쥐라기 중후기에 오늘날 중국 허베이성에 살았던 소형 익룡 '시노마크롭스 본데이(Sinomacrops bondei)'의 복원도. 영화 스타워즈에 나온 새 포그를 닮았다./PeerJ

◇최근 털 달린 모습으로도 변신

과학자들은 최근 익룡의 새로운 모습을 잇따라 밝혔다. 익룡의 행동뿐만 아니라 겉모습도 이전에 생각했던 것과 달라졌다. 최근 익룡이 날개가 없었어도 새의 깃털과 유사한 털이 있었다는 사실이 잇따라 밝혀졌다. 익룡은 오늘날 날다람쥐나 박쥐처럼 다리 사이의 얇은 피부막을 펼쳐 글라이더처럼 비행했다고 추정된다. 하늘을 날았지만 새의 조상은 시조새를 낳았던 공룡이다.

영국 브리스틀대 연구진은 2019년 국제 학술지 '네이처 생태학과 진화'에 중생대 쥐라기인 1억6000만년 전 중국에 살았던 익룡에서 4가지 털을 발견했다고 발표했다. 2021년에는 중국 과학자들이 허베이성에서 발굴한 쥐라기 소형 익룡 화석에서도 깃털의 흔적을 찾았다고 발표했다.

과학자들은 익룡의 깃털은 하늘을 나는 데 직접 쓰이지는 않았지만, 체온을 유지하고 비행 저항을 줄이는 데 도움을 줬다고 본다. 또 짝짓기 상대에게 자신을 과시하기에도 충분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실제로 과학자들은 익룡의 털에서 색소(色素) 구조도 발견했다. 역시 새의 깃털이나 포유류의 털에서 발견되는 것과 흡사했다.

공룡은 1억5000만년 전 시조새를 거쳐 조류로 진화했다. 최근 티라노사우루스 같은 공룡 역시 온몸에 보온과 짝짓기 과시용 털을 갖고 있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과학자들은 이를 근거로 깃털이 시조새보다 앞서 익룡과 공룡의 공통 조상에서부터 진화했을 것으로 추정했다.

참고 자료

Scientific Reports(2026), DOI: https://doi.org/10.1038/s41598-026-48019-y

PeerJ(2021), DOI: https://doi.org/10.7717/peerj.11161

Nature Ecology & Evolution(2019), DOI: https://doi.org/10.1038/s41559-018-0728-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