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9월 백악관 기자회견에서 "임신 중에는 타이레놀을 복용하면 자폐 위험이 크게 증가한다"고 발표하면서 논란이 됐었다. /로이터 연합뉴스

임신 중 해열·진통제 아세트아미노펜(타이레놀)을 복용해도 자녀의 자폐증 발병과는 관련이 없다는 대규모 연구 결과가 나왔다. "임신 중 타이레놀 복용이 자폐를 유발한다"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주장을 반박한 것이다.

덴마크 연구진은 1997년부터 2022년까지 태어난 아동 150만명의 국가 보건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를 국제 학술지 '자마 소아과학(JAMA Pediatrics)'에 13일(현지 시각) 발표했다. 이 중 태아 시기에 아세트아미노펜에 노출된 아동은 3만1098명이었는데, 이 중 자폐증 진단을 받은 비율은 1.8%였다. 아세트아미노펜에 노출되지 않은 집단(3%)보다 오히려 낮았다. 복용 시기나 용량을 고려해 분석해도 연관성은 확인되지 않았다. 연구진은 "임신 중 타이레놀 복용과 자폐증 사이에 유의미한 연관성은 없었다"고 결론 내렸다.

앞서 스웨덴 카롤린스카의대 연구팀도 2024년 아동 240만명을 대상으로 아세트아미노펜 영향을 분석해 "연관이 없다"는 결론을 냈었다. 형제자매 비교 분석에서 자폐·ADHD·지적장애 모두 아세트아미노펜 노출과 무관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자폐증은 오히려 유전적 요인 영향을 크게 받는다"고 했다.

다만 2025년 미국 마운트사이나이 의대 등이 기존 연구들을 종합한 분석에서는 "일부 연관 가능성"이 제기됐다. 하지만 이 경우에도 자폐 성향이 있는 임신부가 통증을 더 자주 겪어 타이레놀을 더 많이 복용했을 가능성 등 다른 요인이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9월 백악관 기자회견에서 "임신 중에는 타이레놀을 복용하면 자폐 위험이 크게 증가한다"고 발표하면서 논란이 됐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도 자폐와 연관 가능성을 경고하는 방향으로 약품 라벨 변경을 검토하겠다고 밝히면서 논란이 커졌다. 이 때문에 실제로 응급실에서 임신부에게 처방하는 아세트아미노펜이 10%가량 감소했다는 조사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의료계는 타이레놀이 임신 중 쓸 수 있는 몇 안 되는 안전한 약물이라는 입장이다. 이부프로펜 등 비스테로이드성 소염진통제(NSAIDs)는 출혈 위험이나 태반 문제 등으로 임신 중 사용이 제한된다. 미국산부인과학회도 "임신 중 통증·고열 치료에 아세트아미노펜이 가장 안전한 선택지"라는 입장을 고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