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사람도 누가 보느냐에 따라 다른 모습으로 나타난다. 우주도 마찬가지다. 고리를 두른 토성이 두 가지 우주망원경에 각각 다른 모습을 보였다. 색도 모양도 달랐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나사)과 유럽우주국(ESA)은 지난 25일(현지 시각) 지금까지 우주망원경으로 찍은 사진 중 가장 선명한 토성 사진을 공개했다. 제임스 웹과 허블 망원경은 2024년 각각 3개월 간격으로 같은 토성을 찍었다.

토성과 위성들이 찍힌 우주망원경 사진. 왼쪽은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의 근적외선 카메라로, 오른쪽은 허블 우주망원경의 가시광선 카메라로 촬영했다./NASA, ESA, CSA

◇각각 적외선과 가시광선으로 관측

허블 우주망원경은 OPAL(Outer Planet Atmospheres Legacy·외행성 대기 유산)이라는 10년 이상의 장기 관측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2024년 8월 22일 토성을 촬영했다. 이어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이 같은 해 11월 29일 토성을 카메라로 찍었다. 3개월의 시차가 있어서 고리의 각도가 다르게 보인다.

두 우주망원경은 모두 토성이 반사한 햇빛을 감지했지만, 사진을 보면 색이 다르다.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이 찍은 토성은 전체적으로 주황색을 띠고 고리도 넓고 밝다. 허블 사진은 노란색에 가깝고 고리가 더 얇고 어둡다. 차이는 두 우주망원경이 포착하는 빛에 있다.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과 허블 우주망원경은 각각 적외선과 가시광선 영역을 포착했다.

천문학자들은 허블 영상이 토성 전역의 미세한 색상 변화를 드러냈다면, 제임스 웹의 적외선 관측은 깊은 구름층부터 희박한 상층 대기까지 고도에 따라 다양한 화학물질을 감지했다고 설명한다. 유럽우주국은 두 우주망원경이 찍은 사진을 결합하면 마치 양파 껍질을 벗기듯 토성의 대기 단면을 고도별로 관찰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이 찍은 사진을 보면 북극과 남극 지역에는 주황색 줄무늬, 적도에는 밝은 황갈색 줄무늬들이 보인다. 북극과 남극은 녹색을 띤 회색으로 빛난다. 고리는 얼음처럼 차가운 네온 화이트 색을 보인다. 토성의 위성인 야누스, 디오네, 엔켈라두스도 보인다. 더 넓은 전경 사진에는 토성의 가장 큰 위성인 타이탄이 왼쪽에, 오른쪽에는 미마스, 테티스까지 보인다.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의 근적외선 카메라로 찍은 사진. 토성의 가장 큰 위성인 타이탄이 왼쪽에 보인다./NASA, ESA, CSA

◇불안정한 대기 구조 드러낸 제임스 웹

제임스 웹이 찍은 사진은 토성 대기의 독특한 구조를 자세히 보여준다. 먼저 북반구 고위도 대기에서 물결 모양으로 나타나는 리본 파동(Ribbon wave)이 보인다. 나사의 카시니 탐사선이 2004년 7월 1일 토성 궤도에 진입한 이후 처음 포착한 현상이다.

그 아래에는 2011~2012년 '대봄폭풍(Great Springtime Storm)'의 잔재가 작은 점으로 남아 있다. 이는 토성의 북반구에서 봄철에 발생하는 거대하고 폭발적인 대기 소용돌이 현상으로, 토성 전체의 대기 구조를 바꿀 정도로 규모가 크고 강력하다.

앞서 1981년 나사의 보이저 탐사선이 토성 북극에서 포착한 6각형 모양의 제트 기류도 일부 모서리가 희미하게 보인다. 토성의 6각형 제트 기류는 지구의 같은 기류와 비슷하지만 수십 년에 걸쳐 지속된다는 점에서 훨씬 크고 안정적인 구조를 갖고 있다. 토성의 북극은 겨울에 접어들어 앞으로 15년 동안 어둠에 잠긴다. 제임스 웹이 포착한 6각형 제트 기류는 2040년대까지 되기 전까지는 고해상도로 관측할 수 없다.

토성의 회녹색 극지는 중적외선 영역에 해당하는 4.3㎛(마이크로미터·100만분의 1m) 파장대의 빛이 방출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고고도 대기의 에어로졸(미세 입자)이 빛을 산란했거나 아니면 전기를 띤 입자가 대기권의 자기장과 마찰하면서 나타나는 오로라 활동의 흔적일 가능성이 있다. 두 우주망원경은 이미 토성의 오로라를 관측했다.

허블 우주망원경은 1990년 발사돼 설계수명 15년을 넘었지만 여전히 지구 저궤도에서 활동 중이다. 우주비행사들이 다섯 차례나 방문해 수리하고 성능을 업그레이드한 덕분이다./NASA
사상 최대 규모의 우주 관측 장비인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 상상도. 태양계와 먼 은하를 관측해 우주의 기원을 탐구하는 데 활용되고 있다./NASA, ESA, CSA

◇37년째 현역으로 활동 중인 허블

허블 우주망원경이 가시광선을 포착한 사진에서 토성의 수평 줄무늬는 옅은 노란색으로 보인다. 북극과 남극의 일부 줄무늬는 연한 파란색을 띤다. 고리는 밝은 회색으로 보이며, 제임스 웹의 적외선 영상보다 밝기가 덜하다. 허블 우주망원경 사진에는 토성의 위성 중 야누스와 미마스, 에피메테우스가 보인다.

허블 우주망원경은 미국과 유럽 우주국이 공동 개발했다. 지름 2.4m 반사 거울을 갖춘 13m 원통형 구조로, 무게는 12t을 넘는다. 1990년 4월 24일 나사의 디스커버리 우주왕복선에 실려 발사됐다. 당초 설계수명은 15년이었지만, 여전히 지구 상공 약 540㎞ 저궤도를 돌며 우주를 관측하고 있다.

허블 망원경은 우주비행사를 통해 우주에서 정비할 수 있도록 설계된 유일한 망원경이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우주왕복선이 다섯 번이나 허블 우주망원경으로 가서 망원경을 수리하고 성능을 업글이드했 향상과 시스템 대체를 위해 에 다녀왔다.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은 미국과 유럽, 캐나다가 25년간 13조원을 들여 개발한 사상 최대 크기의 우주 망원경이다. 지름 6.5m의 반사 거울과 함께 태양광을 차단하는 테니스장 크기의 차양막도 갖고 있다. 2021년 크리스마스에 아리안 5호 로켓에 실려 우주로 발사돼 이듬해 1월 지구에서 150만㎞ 떨어진 관측 지점에 도착했다. 제임스 웹은 역대 최대 규모의 우주 관측 장비이다. 허블 망원경보다 6배 이상 많은 빛을 수집할 수 있다.

참고 자료

NASA(2026), https://science.nasa.gov/missions/webb/nasa-webb-hubble-share-most-comprehensive-view-of-saturn-to-date/

ESA(2026), https://www.esa.int/Science_Exploration/Space_Science/Webb/Webb_Hubble_capture_new_views_of_Satur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