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F 영화에는 복제 인간이 등장해 정체성의 혼란을 겪거나, 같은 개체가 반복해 만들어지는 설정이 자주 등장한다. 하지만 실제 포유류는 영화에서처럼 끝없이 복제될 수는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와카야마 테루히코(Wakayama Teruhiko) 일본 야마나시대 교수 연구진은 쥐를 20년 동안 반복 복제한 결과, 세대를 거듭할수록 치명적인 디옥시리보핵산(DNA) 변이가 쌓여 정상적인 출생이 어려워졌다는 내용을 발표했다. 이번 연구는 국제 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에 25일 게재됐다.
그동안 복제 기술은 동물 연구나 우수 형질 보존 등에 활용돼 왔지만, 성공률이 낮고 장기적으로 얼마나 안정적인지는 분명하지 않았다. 연구진은 앞선 연구에서 쥐를 25세대까지 복제해도 새끼의 건강에 큰 문제가 없다는 점을 확인했지만, 그 이상 복제가 가능한지는 밝혀지지 않은 상태였다.
연구진은 한 마리의 쥐를 복제한 뒤, 그 복제 개체를 다시 복제하는 연속 복제(serial cloning) 실험을 이어갔다. 초기 복제 쥐들은 비교적 건강했고 수명도 큰 차이가 없었다.
복제는 총 57세대까지 이어졌다. 그러나 27세대를 넘기면서 출생률이 떨어지기 시작했고, 후반 세대로 갈수록 DNA 변이가 점점 많이 쌓였다. 특히 40세대 이후에는 출생률이 급격히 낮아졌으며, 57세대에서는 태어난 개체가 출생 후 살아남지 못했다.
DNA는 생명체의 설계도 같은 정보인데, 여기에 오류가 반복해서 쌓이면 정상적인 발생이 어려워진다. 우리 몸은 세포가 분열할 때 이런 오류를 어느 정도 바로잡지만, 복제 과정이 반복되면 손상이 완전히 정리되지 못한 채 누적될 수 있다.
실제로 후기 세대의 복제 쥐에서는 이런 대규모 변이가 더 많이 관찰됐고, 출생률 저하와도 관련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복제 과정에서 태반 구조가 비정상적으로 바뀌는 현상도 모든 세대에서 확인됐다. 태반은 태아에게 영양과 산소를 공급하는 기관인 만큼, 구조 이상은 발달과 생존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다.
다만 연구진은 이번 실험에서 중요한 단서도 찾았다. 후기 세대의 복제 쥐들이 자연스럽게 짝짓기해 낳은 다음 세대와 손자 세대에서는 태반 형성이 정상에 가까워지고 번식 능력도 개선됐다. 자연 번식 과정이 복제 과정에서 쌓인 유전적 문제를 완화하거나 정리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음을 뜻한다.
연구진은 "자연 번식 과정은 대규모 유전적 이상을 줄이거나 바로잡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며 "포유류에서는 무성생식처럼 복제를 반복하는 방식만으로는 건강한 개체를 무한정 유지하기 어렵고, 유전적 안정성을 지키려면 자연 번식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참고 자료
Nature Communications(2026), DOI: https://doi.org/10.1038/s41467-026-6976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