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손톱으로도 스마트폰을 조작할 수 있도록 돕는 매니큐어./마나시 데사이(Manasi Desai)

긴 손톱 때문에 스마트폰 화면을 누르기 불편했던 사람들에게 반가운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연구진이 손톱 위에 바르면 터치스크린 조작을 도와주는 투명 네일 매니큐어를 개발하고 있다.

조슈아 로렌스(Joshua Lawrence) 미국 센테너리대 교수 연구진은 관련 연구 결과를 지난 22일부터 26일까지 열리는 미국화학회(ACS) 봄 학술대회에서 발표했다.

스마트폰과 태블릿 화면 대부분은 '정전식 터치스크린'을 사용한다. 화면 표면에는 아주 약한 전기장이 형성돼 있는데, 손가락이나 물방울처럼 전기가 통하는 물체가 닿으면 화면의 전기장 상태가 미세하게 바뀐다. 기기는 이 변화를 감지해 터치로 인식한다.

반면 손톱처럼 전기가 잘 통하지 않는 물체는 이런 변화를 만들지 못해 화면이 반응하지 않는다. 실제로 긴 손톱을 유지하는 사람들은 화면을 누를 때 손끝 대신 손가락 옆면이나 지문 부분을 갖다 대는 경우가 많다.

연구진은 손톱 표면에 바르는 투명 매니큐어에 특정 물질을 넣어 전기적 반응성을 높이는 방법을 찾았다. 기존에도 네일 제품에 탄소나노튜브나 금속 입자를 넣는 시도가 있었지만, 제조 과정에서 흡입 위험이 있는 데다 매니큐어의 색이 검거나 금속성으로 변해 투명한 제품을 만들기 어려웠다.

시판 중인 투명 네일 매니큐어 제품 13종과 50가지가 넘는 첨가제를 하나씩 조합하며 실험을 진행한 결과, 타우린 계열 물질과 에탄올아민을 매니큐어에 섞어 사용하면 손톱으로도 스마트폰 화면을 조작할 수 있었다. 타우린은 건강기능식품 성분으로도 널리 알려진 유기 화합물이고, 에탄올아민은 단순한 구조의 유기 분자다.

연구진은 이번에 개발한 제품이 기존 전도성 네일 제품과는 다른 방식으로 작동할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금속이나 탄소 입자가 직접 전기를 전달하는 방식이 아니라, 산과 염기가 반응하는 과정에서 전하가 이동하고 이를 화면이 감지하는 방식일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기술이 완성되면 기존 네일아트 위에 덧바르거나 맨손톱에 바로 사용할 수 있다. 연구진은 손끝에 굳은살이 있어 화면 터치가 잘 안 되는 사람들에게도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단순한 미용 제품을 넘어 생활 편의를 높이는 보조 기술이 될 수 있다는 뜻이다.

다만 해결해야 할 과제도 남아 있다. 에탄올아민은 약간의 독성이 있고, 병에서 꺼낸 뒤 빠르게 증발해 효과가 몇 시간 정도만 유지된다. 타우린 성분은 무독성이지만 색이 다소 불투명해진다.

연구진은 "실제 제품으로 출시되기까지는 시간이 더 필요하다. 독성을 더 낮추고 지속 시간을 늘리는 것도 과제로 남아 있다"며 "최적의 조합을 찾기 위해 화합물을 선별하고 새로운 조합을 시험하는 작업을 계속하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