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츠하이머 치매 환자의 뇌에는 아밀로이드 베타 단백질(갈색)이 신경세포에 덩어리를 이루고 있고, 타우 단백질(파란색)도 비정상적으로 뭉쳐있다./미 국립보건원(NIH)

알츠하이머병은 전 세계 수백만명에게 영향을 주는 대표적인 퇴행성 뇌 질환이다. 문제는 이 병이 아주 초기에는 알아차리기 어렵다는 점이다. 기억력 저하나 판단력 문제 같은 증상이 뚜렷해졌을 때는 이미 뇌 손상이 어느 정도 진행된 경우가 많다. 그래서 의료계에서는 증상이 나타나기 전, 더 이른 단계에서 알츠하이머를 찾아내는 방법을 꾸준히 찾고 있다.

미국 듀크대 의과대학 연구진은 코 안쪽을 살짝 문질러 세포를 채취하는 간단한 검사만으로 알츠하이머와 관련된 초기 생물학적 변화를 포착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내놨다. 연구는 국제 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에 18일 게재됐다.

현재 알츠하이머 진단을 돕는 혈액 검사도 개발되고 있지만, 대체로 병이 어느 정도 진행된 뒤 나타나는 표지자를 보는 경우가 많다.

연구진이 주목한 부위는 코의 가장 윗부분, 즉 냄새를 감지하는 신경세포가 모여 있는 비강이다. 연구진은 먼저 코 안에 마취 스프레이를 뿌린 뒤, 작은 솔처럼 생긴 도구를 이용해 이 부위의 세포를 채취했다. 검사 자체는 몇 분 안에 끝났고, 연구에는 총 22명이 참여했다.

이렇게 모은 신경세포와 면역세포를 분석해 어떤 유전자가 활발히 작동하는지 살핀 결과, 초기 알츠하이머 환자나 이미 진단받은 환자는 건강한 사람과 구별되는 뚜렷한 패턴을 보였다. 특히 아직 기억력이나 사고력 저하 같은 증상이 나타나지 않았지만 검사상 알츠하이머 관련 변화가 시작된 사람들도 가려낼 수 있었다.

연구진은 코에서 얻은 세포의 여러 유전자 신호를 종합해 만든 '유전자 점수'를 활용하면, 초기 알츠하이머 또는 임상적으로 진단된 알츠하이머 환자를 건강한 사람과 약 81% 정확도로 구분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브래들리 J. 골드스타인(Bradley J. Goldstein) 듀크대 의과대학 교수는 "뇌에 손상이 쌓이기 전에 알츠하이머를 아주 이른 시점에 확인할 수 있어야 한다"며 "충분히 일찍 진단할 수 있다면, 임상적 알츠하이머로 진행하는 것을 막는 치료를 시작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연구진은 앞으로 더 많은 사람을 대상으로 정확도와 재현성을 검증하고, 면봉을 이용해 알츠하이머의 치료 효과를 시간에 따라 추적할 수 있는지도 연구할 계획이다.

참고 자료

Nature Communications(2026), DOI: https://doi.org/10.1038/s41467-026-70099-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