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정보통신기술(ICT)과 텔레커뮤니케이션을 배우고 돌아가, 에티오피아에서 한 번에 많은 행정 처리를 할 수 있는 원스톱 시스템을 만들었습니다. 앞으로 이 시스템을 더 확산시키고 싶습니다"
지난 20일 대전 카이스트에서 만난 메쿠리아 테클레마리암(Mekuria Teklemariam) 에티오피아 연방 공무원위원회 위원장은 조선비즈와의 인터뷰에서 고국의 행정 혁신 구상을 이렇게 말했다. 전 에티오피아 도시개발주택부 장관인 그는 2020년 카이스트 글로벌 IT 기술대학원 프로그램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고, 이후 공공서비스 개편과 인사행정 분야에서 디지털 전환을 추진해 왔다.
그가 대표 사례로 꼽은 것은 한국의 전자정부 모델과 비슷한 에티오피아의 MESOB(Modern Ethiopian Service for Organised Benefits)다. MESOB는 여러 기관 서비스를 디지털·물리적 창구에서 통합 제공하는 원스톱 플랫폼으로, 시범 단계에서 연방 기관 12곳과 서비스 41개를 한데 묶어 여권·ID·세금·투자·통신 등 업무를 한곳에서 처리하도록 설계했다. 테클레마리암 위원장은 "앞으로 관련 업무를 처리하는 거점을 36곳에서 200곳까지 늘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국에서 기술만 배운 건 아니라고 했다. 테클레마리암 위원장은 "한국은 학교와 기업이 어떻게 연계되는지, 기업이 필요로 하는 인재를 키우기 위해 어떤 커리큘럼이 필요한지 고민을 많이 하더라"며 "그런 부분을 에티오피아 교육 정책에도 접목하려 노력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에티오피아 협력을 교육·개발에서 제조업 등 산업으로 넓혀 한국의 기술·노하우로 생산성과 품질을 높이고 싶다"고도 덧붙였다.
이날 테클레마리암 위원장은 아들 졸업을 축하하려고 한국을 찾았다. 아들 네이선 메쿠리아 하일레(Nathan Mekuria Haile) 씨는 한국과학영재학교를 거쳐 카이스트 전산학부에서 컴퓨터과학을 전공한 뒤 이날 졸업했다. 부자(父子) 모두 카이스트에서 수학한 동문이 된 셈이다.
하일레 씨는 "아버지가 카이스트에서 박사 과정을 밟던 시절 연구·학업 환경이 좋다고 느꼈고, 그 경험이 제 진로 선택에도 영향을 줬다"며 "카이스트에 오니 열심히 일하고, 열심히 공부하는 분위기와 공정한 경쟁 문화가 좋았다"고 말했다.
하일레 씨도 카이스트에서 공부하며 행정 서비스의 디지털화에 관심을 갖게 됐다고 했다. 그는 "에티오피아에서는 서류 하나를 떼려 해도 기관을 옮겨 다니는 경우가 많다. 절차가 분산돼 사용자 입장에서 비효율이 크다"며 "반면 한국은 전자문서 기반 행정이 보편화돼 이동·대기 비용이 상대적으로 낮다"고 설명했다.
부친이 제도와 시스템으로 원스톱 행정이라는 큰 틀을 만들었다면, 하일레 씨는 시스템이 실제로 작동하는 현장을 공학적으로 다듬겠다는 생각이다. 그는 "행정 불편은 결국 사람이 시스템을 사용하는 과정에서 생긴다"며 "기술의 성능뿐 아니라 사용자 경험이 사회 시스템의 효율을 좌우한다"고 말했다.
그가 주목한 분야는 인간-컴퓨터 상호작용(HCI)이다. HCI는 사람들이 디지털 시스템을 더 쉽게, 때로는 더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설계·개선하는 연구 분야다. 하일레 씨는 "카이스트는 HCI 분야의 유명한 교수들이 많이 있는 좋은 연구 환경"이라며 "카이스트에서 박사·박사후연구원(포닥) 과정을 거친 뒤 고국으로 돌아가 공공서비스 개선에 기여하겠다"고 덧붙였다.
테클레마리암 위원장은 "아들이 회사에서나 학교에서나 어디서든 가치를 더하는 일을 했으면 좋겠다"며 "투자한 만큼 더해 돌아오는, 윈윈 관계를 만드는 사람이 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