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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사 대신 코 스프레이로 호흡기 질환을 막을 수 있는 백신 기술을 미 스탠퍼드 의대 연구팀이 개발했다. 백신이 상용화되면 스프레이를 한 번 뿌리는 것만으로 코로나와 독감, 폐렴, 알레르기성 천식까지 예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연구 결과는 지난 19일(현지 시각)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Science)'에 소개됐다.

◇'변이'에 약했던 기존 백신

지금까지 우리가 사용해 온 백신들은 특정 바이러스나 세균의 특정 부위를 정밀 타격하는 방식으로 만들어졌다. 가령 코로나 백신은 바이러스 표면의 '스파이크 단백질'을 겨냥해 항체를 만든다.

문제는 바이러스가 강력한 변이 능력을 갖고 있다는 데 있다. 바이러스가 스스로 형태를 바꾸면 백신의 표적도 함께 사라지거나 변형되어 효과가 급격히 떨어지는 것이다. 우리가 매년 독감 백신을 새로 맞고, 코로나 변이가 나올 때마다 개량 백신을 기다려야 했던 이유도 여기에 있다.

◇"바이러스 대신 내 몸 깨운다"…패러다임 바꾼 새 백신

스탠퍼드 의대 연구진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발상을 전환했다. 특정 바이러스를 쫓는 대신, 우리 몸이 가진 본연의 방어 시스템인 '면역 체계' 자체를 강력하게 깨우는 방식을 택한 것이다.

우리 몸의 면역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적응 면역'과 '선천 면역'이다.

'적응 면역'은 외부 바이러스를 정확히 기억하고 공격하는 면역 방식이다. 기존 백신에 주로 활용됐다. '선천 면역'은 반면 병에 감염된 직후 바로 반응해 바이러스나 세균의 종류를 가리지 않고 공격하는 방식이다. 다만 감염 직후 며칠만 지나면 다시 비활성화된다.

연구팀은 이 선천 면역을 몇 달 동안 활성화하는 방법을 찾아냈다. 코에 뿌리는 형태의 이 백신은 선천 면역 세포를 먼저 자극하고 그 뒤 적응 면역 세포들을 폐로 불러 모아 강력한 방어막을 만든다. 한번 만들어진 방어막은 몇 달씩 장기간 유지된다.

◇동물 실험으로 증명 … 상용화는 5~7년 내

연구팀이 쥐를 대상으로 실험을 진행했다. 결과는 놀라웠다. 이 코 스프레이 백신을 접종한 쥐는 치명적인 코로나 바이러스에 노출돼도 모두 생존했다. 백신을 접종하지 않은 쥐들은 반면 일부 숨졌고, 살아남은 경우에도 폐에 바이러스가 잔뜩 검출됐다.

식중독 등을 일으키는 황색포도상구균에 노출했을 때도 결과는 비슷했다. 백신을 접종한 쥐들은 균에 노출돼도 3개월간 건강을 유지했다. 심지어 집먼지진드기 단백질에 노출됐을 때도 기도가 깨끗하게 유지돼, 알레르기성 천식도 예방할 수 있었다.

연구를 주도한 발리 풀렌드란(Pulendran) 교수는 "성공적인 인체 시험이 뒷받침된다면 약 5~7년 안에 상용화가 가능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또한 "앞으로 일 년에 한 두 번의 코 스프레이 접종만으로 수많은 호흡기 질환에서 해방되는 시대가 올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