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 매출 10억달러(약 1조4000억원) 이상 의약품을 뜻하는 '블록버스터'들의 특허 만료가 다가오면서,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복제약 출시를 서두르고 있다. 새롭게 열리는 대규모 시장의 진입 기회를 잡기 위한 것이다.
5일 제약·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2030년까지 특허가 만료되는 의약품은 약 200종에 달한다. 이 중 블록버스터 의약품은 70여 종으로 추산된다. 이 의약품들의 특허 만료 이후 복제약 등으로 이동하는 매출 등 누적 액수는 2000억~4000억달러(약 290조원~580조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잇따라 특허 만료되는 블록버스터
특허 만료를 앞둔 의약품 중에서 가장 주목받는 제품은 MSD(미국 머크)의 면역 항암제 '키트루다(성분명 펨브롤리주맙)'다. 이 약은 2023년에 처음으로 글로벌 매출 1위 의약품에 오른 후 작년까지 연속으로 연간 매출액이 40조원을 뛰어넘었다. 블룸버그 컨센서스가 최근 추정한 키트루다의 지난해 매출은 315억달러(약 45조400억원)에 달한다.
키트루다는 미국에서 2028년, 유럽에서 2031년에 특허가 만료될 예정이다. 이에 국내 기업들은 키트루다 바이오시밀러(바이오 의약품 복제약) 출시를 서두르고 있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작년 말 키트루다 바이오시밀러 임상 3상 환자를 모집했다. 올해 9월엔 임상 3상 시험을 마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셀트리온도 지난해 7월 키트루다 바이오시밀러 임상 3상에 진입했다. 2028년 7월쯤엔 임상 3상을 마치겠다는 계획이다.
프랑스 사노피와 미국 리제네론이 공동 개발한 아토피 피부염 치료제 '듀피젠트(성분명 두필루맙)'의 특허도 2031년쯤 만료될 것으로 보인다. 듀피젠트의 2024년 매출은 140억달러(약 20조1700억원)에 달한다. 국내에선 종근당이 지난달 유럽의약품청(EMA)과 영국 의약품규제청(MHRA)에서 듀피젠트 바이오시밀러 1상 승인을 받았다. 경동제약도 듀피젠트 바이오시밀러를 개발하기 위해 지난해 9월 국내 바이오 의약품 위탁 개발 기업 프로티움사이언스와 협력 계약을 맺었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키트루다와 듀피젠트 외에도 트렘피아(존슨앤드존슨·건선 치료제), 탈츠(일라이릴리·건선 치료제), 엔허투(아스트라제네카·다이이찌산쿄, 항체약물접합체), 엔티비오(다케다제약·염증성 장 질환 치료제), 오크레부스(로슈·다발성 경화증 치료제) 등 바이오시밀러 7종을 개발하고 있다. 2030년까지 바이오시밀러 20종을 확보하겠다는 목표다.
셀트리온도 현재 노바티스·로슈 알레르기 치료제인 '졸레어' 등의 바이오시밀러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 셀트리온은 바이오시밀러를 2038년 41종까지 늘리겠다는 계획이다.
◇K신약 개발도 속도 붙여
국내 기업들은 복제약을 만드는 것을 넘어 자체 신약 개발도 속도를 내고 있다. 셀트리온은 지난달 9일 JP모건 헬스케어 콘퍼런스에서 2028년까지 총 12개 신약 파이프라인에 대한 임상시험계획(IND)을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차세대 비만 치료제도 개발해 체지방 감량은 물론, 근 손실 부작용도 개선한다는 계획이다.
삼성에피스홀딩스는 항체·약물접합체(ADC) 후보 물질에 대한 글로벌 임상 1상을 최근 시작했다.
유한양행은 신약 개발 전담 법인 '뉴코'를 설립해 신약 개발을 위한 임상 시험에 공격적으로 나서겠다는 계획이다. 종근당도 지난해 신약 개발 전문 회사 아첼라를 자회사로 신설했다.
JW중외제약은 탈모 치료제 후보 물질과 안과 질환 치료제 등을 개발하고 있다. 안과 질환 치료제는 최근 미국 특허 등록을 완료했고,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임상 시험 계획을 제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