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산화탄소를 배출하지 않고 수소를 만드는 '그린수소' 시대가 한 걸음 더 가까워졌다. 국내 연구진이 핵심 장비인 고체산화물 전해전지(SOEC)를 단 10분 만에 완성할 수 있는 초고속 제조 기술을 개발했다. 기존에는 같은 과정을 마치는 데 6시간 이상 걸렸다.
이강택 한국과학기술원(KAIST) 교수 연구진은 전해전지를 만드는 데 필요한 '소결(sintering)' 과정을 대폭 단축하고 온도도 1400도에서 1200도로 낮추는 데 성공했다고 28일 밝혔다.
소결은 세라믹 가루를 고온에서 구워 서로 단단히 붙이는 과정이다. 이 단계가 잘 이뤄져야 전지 안에서 수소와 산소가 섞이지 않고(폭발 위험 방지), 전류가 원활히 흐르며, 전지의 수명도 길어진다. 문제는 이 과정에 수십 시간의 고온 가열과 냉각 시간이 필요하다는 점이었다.
연구진은 여기에 '마이크로파 체적가열(Volumetric Heating)' 기술을 도입했다. 전지를 겉에서가 아니라 내부부터 동시에 가열하는 방식으로, 기존보다 훨씬 빠르고 균일하게 열을 전달한다. 그 결과 소결 과정 전체가 약 70분 만에 완료됐고, 이는 기존 공정보다 30배 이상 빠른 속도다.
기존 방식은 전지의 핵심 재료인 세리아(CeO₂)와 지르코니아(ZrO₂)가 너무 높은 온도에서 서로 섞여 품질이 떨어지는 문제가 있었다. 그러나 새 기술은 이 두 재료가 적절한 온도에서만 단단히 붙도록 제어해, 빈틈 없는 전해질층을 형성하는 데 성공했다.
이렇게 만든 전지는 750도에서 분당 23.7mL의 수소를 생산했고, 250시간 이상 안정적으로 작동했다. 3차원 디지털 트윈(가상 시뮬레이션) 분석에서도 초고속 가열이 재료의 미세 구조를 조절해 수소 생산 효율을 높이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 교수는 "이 기술은 고성능 전해전지를 훨씬 빠르고 효율적으로 만들 수 있는 새로운 제조 패러다임"이라며 "에너지와 시간을 크게 절약할 수 있어 상용화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어드밴스드 머티리얼스(Advanced Materials)'에 지난 2일 실렸으며, 표지논문으로 선정됐다.
참고 자료
Advanced Materials(2025), DOI: https://doi.org/10.1002/adma.20250018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