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표준과학연구원(KRISS) 의료융합측정그룹이 분자가 가진 고유한 광학 신호를 수억 배 이상 증폭해, 체액 속 극미량의 알츠하이머병 생체지표(바이오마커)들을 정확히 검출하고 정량화하는 진단 플랫폼을 개발했다. 간단한 체액 검사만으로 생체지표들을 초고감도·고신뢰도로 정량 검출할 수 있어 기존 영상 진단법의 한계를 보완하고, 질병의 조기 진단과 치료 모니터링에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알츠하이머병은 뇌 신경세포가 점차 손상되면서 기억력·사고력 등 인지 기능이 서서히 저하되는 대표적인 퇴행성 뇌 질환이다. 전 세계 치매의 약 60~70%를 차지할 정도로 흔하지만, 아직 근본적 치료제가 없어 조기 진단과 지속적인 관리가 중요하다.
하지만 현재 알츠하이머병을 진단하는 데 쓰이는 영상 장비들은 비용이 많이 들고 특수 시설이 필요하다는 한계가 있다. 이보다 간편한 체액 검사 방식은 정확도가 낮아 신뢰성 있는 진단법으로 활용되지 못했다.
연구진은 기존 체액 검사 방식보다 약 10만배 이상 더 민감하면서 여러 개의 생체지표를 정확히 구별해 정량적으로 측정할 수 있는 초고감도 다중 정량 검출 플랫폼을 개발했다. 빛이 타깃 분자와 만나 생기는 고유한 신호를 금속 나노구조로 크게 증폭해, 극히 적은 양의 분자까지도 정확하게 검출하는 방식이다. 연구진은 강하고 균일한 신호를 개별 감지할 수 있는 해바라기 모양의 금 나노입자를 개발했다.
이를 활용해 알츠하이머병과 밀접한 연관이 있는 생체지표인 아밀로이드 베타(Aβ) 42와 40을 검출한 결과, 1000조분의 1g 이하 수준의 극미량을 정량적으로 검출하는 데 성공했다. 이는 민감도와 검출 범위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다중 정량 검출 성능이다.
유은아 KRISS 책임연구원은 "이번에 개발한 검출 플랫폼은 저비용으로 대량 생산할 수 있고, 다양한 생체지표에 유연하게 적용할 수 있다"라며 "알츠하이머병뿐만 아니라 암, 뇌 질환, 감염병 등 다양한 질환의 조기·신속 체외 진단 및 모니터링에 활용할 수 있어 범용성이 높고 상용화에 유리한 기술"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바이오센서 앤드 바이오일렉트로닉스(Biosensors & Bioelectronics)'에 지난 4월 게재됐다.
참고 자료
Biosensors & Bioelectronics(2025), DOI: https://doi.org/10.1016/j.bios.2025.1172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