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변 사람들과 단절된 채 홀로 살아가다 생을 마감하는 고독사가 세계 보건 문제로 떠오른 가운데, 심리적인 외로움이 염증 등 질병의 원인이 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외로움과 건강이 연관성이 있다는 연구 결과는 이전에도 있었지만, 건강 문제를 일으키는 직접적인 기전이 확인된 것은 처음이다.
영국 케임브리지대 연구진은 4만2000여 명의 영국바이오뱅크(UK Biobank)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외로움이 질병의 원인이 되는 악성 단백질 수치를 높이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 결과는 지난 3일 국제 학술지 ‘네이처 인간행동’에 게재됐다.
연구팀은 영국 국민을 대상으로 한 생체 의학 데이터베이스인 영국바이오뱅크를 활용했다. 사회적 고립을 겪고 있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 간의 혈액 내 단백질 수치를 비교했다. 참가자들의 나이, 학력, 음주·흡연 여부, 음식 섭취량 등 결과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변수를 조정해 분석했다. 연구팀은 “사회적 고립을 겪고 있는 사람들의 단백질 수치가 그렇지 않은 사람들과 확연한 차이를 보였다”고 했다. 특히 외로움과 연관된 단백질은 총 26종으로 확인됐다.
설문을 통해 ‘외롭다’고 답한 사람들은 외로움 관련 단백질 수치가 다른 집단에 비해 높은 것으로 집계됐다. 이 단백질들은 과도할 경우 염증을 유발하거나 면역 시스템에 문제를 일으키는 종류로 조사됐다. 또 이 중 50%는 심혈관 질환이나 제2형 당뇨, 뇌졸중과 관련이 있었다. 이 단백질들은 14년간의 장기 추적 조사에서 90% 이상 사망과 관련된 것으로 드러났다.
연구진은 해당 단백질 수치와 사회적 고립의 인과 관계를 분석한 결과, 사회적 고립이 단백질 수치 증가의 원인이 되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해당 단백질 수치가 높기 때문에 사회적 고립을 겪게 되는 것은 아니라는 의미다. 연구진은 “이번 연구 결과는 사회적 상호 작용이 매우 중요하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