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은은 인간과 생태계에 심각한 위협을 주는 오염 물질이다. 특히 수은은 대기를 통해 먼 지역까지 퍼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국제 연구진이 수은의 확산 과정에서 성층권이 어떤 역할을 하는지 처음으로 밝혀냈다.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를 포함한 국제 연구진은 지구 성층권이 수은의 이동과 퇴적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 결과를 9일 발표했다.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스(Science Advances)’에 실렸다.
수은은 화산 폭발, 지각 활동, 해양 표면 증발과 같은 자연적 원인뿐 아니라 화석 연료 연소, 금 채굴, 산업 활동, 폐기물 소각과 같은 인간 활동을 통해서도 대기 중으로 방출된다. 북반구는 남반구보다 인구가 밀집해 있고 산업 활동이 활발해 약 2.5배 많은 수은을 배출한다. 하지만 대기 중 수은 농도는 북반구가 약 1.5ng/㎥, 남반구는 약 1.0ng/㎥로 배출량 차이에 비해 농도 차이가 크지 않다. 이는 북반구에서 배출된 수은의 일부가 대기 순환을 통해 남반구로 이동하기 때문이다.
과학자들은 수은이 이동하는 과정을 이해하기 위해 주로 대류권 내에서 수은의 화학 반응과 이동, 퇴적 과정을 분석해 왔다. 대류권은 지구 표면에서 약 10㎞ 두께의 대기층으로 대기 질량의 90%를 차지한다. 하지만 대류권 중심의 접근법만으로는 북반구에서 남반구로의 수은 이동과 극지방에서 수은이 축적되는 현상을 완전히 설명할 수 없었다.
연구진은 대류권 바로 위의 대기층인 성층권 상·하부에서 일어날 수 있는 수은의 반응과 이동 메커니즘을 대기 순환 모델에 통합해 수은의 움직임을 분석했다. 성층권이 수은의 이동과 생태계 오염에 미치는 영향을 정량적으로 분석한 최초의 연구다.
연구에 따르면, 인간 활동으로 배출된 수은의 약 20%가 성층권에 도달했다. 그리고 성층권에서 지구 표면 수은의 최소 5%에서 최대 50%가 산화돼 장기간 존재할 수 있는 안정적인 형태로 바뀌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성층권 하부 약 5㎞ 층은 수은 산화의 ‘핫 스팟’이었다. 이 과정에서 북반구의 고배출 지역에서 나온 산화수은이 마치 컨베이어 벨트를 타듯 성층권 순환을 타고 극지방과 남반구의 중위도 지역까지 이동했다. 실제로 북반구에서 배출된 수은의 약 52%가 성층권을 통해 남반구로 이동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연구진은 성층권에서 산화된 수은이 안정적인 화합물 형태로 존재하며, 이 형태는 대류권으로 하강해 먼 지역의 생태계 오염에 기여한다고 설명했다. 현재 추세로 온실가스 배출이 이어진다면, 기후 변화로 인해 성층권 순환이 바뀌면서 21세기 말까지 전 세계 성층권 내 수은 농도가 최대 12% 증가할 것으로 예측했다. 이러한 증가 추세는 열대 해양 표면과 고위도 지역에서 더욱 두드러질 것으로 전망했다.
연구진은 “이번 연구 결과는 인간과 야생 동물 건강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생태계의 수은 오염 문제에 새로운 관점을 제공한다”며 “기후 변화가 진행됨에 따라 수은 중독 위험이 증가할 가능성이 크다. 배출량 감소를 통한 예방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참고 자료
Science Advances(2025), DOI: https://doi.org/10.1126/sciadv.ads14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