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허청이 직무발명보상금 비과세 한도를 2000만원 이상으로 높이는 방안을 추진한다. 정부 부처에서 구체적인 비과세 한도 확대 계획을 밝힌 건 특허청이 처음이다.
9일 특허청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특허청은 최근 올해 직무발명활성화 사업 추진계획을 확정했다. 직무발명은 공공연구기관이나 기업에서 일하는 연구자나 직원이 자신의 업무와 관련된 발명을 하는 것을 말한다. 직무발명의 경우 특허에 대한 권리를 기관이나 기업이 가지는 대신 발명자인 직원에게는 정당한 보상을 하도록 했다.
직무발명보상금은 대표적인 직무발명에 대한 보상이다. 보상금을 통해 연구자들이 의욕을 가지고 연구개발(R&D)에 나설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한다. 특허청에 따르면 2023년 기준으로 기업과 공공연구기관, 대학에서 연구자에게 지급한 직무발명보상금은 1534억4400만원에 달했다.
문제는 직무발명보상금을 받은 연구자가 세금폭탄을 떠안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점이다. 처음 직무발명보상금 제도가 도입됐을 때는 비과세 기타소득으로 분류해 연구자의 세금 부담을 없앴다. 하지만 기획재정부가 2017년부터 직무발명보상금을 근로소득으로 바꾸면서 과세 대상이 됐다. 대신 비과세 한도를 뒀지만 작년 기준으로 연 700만원에 불과하다.
특허업계 관계자는 “직무발명보상금이 근로소득으로 바뀌면서 연봉과 합산해서 과세가 되는데 보상금이 높은 경우 누진세율이 적용되다 보니 최대 45%까지 세율이 적용되기도 한다”며 “배보다 배꼽이 더 크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라고 지적했다.
국가과학기술연구회가 최수진 국민의힘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19년부터 2023년까지 정부출연연구기관 소속 연구자 가운데 1000만원 이상의 직무발명보상금을 수령한 연구자가 5733명이다. 이들 중 상당수가 35~45%의 세율을 적용해 세금을 냈다. 로또 당첨금에 부과하는 세금 비율인 3억원 이하 22%, 3억원 초과 33%의 세율보다도 높다. 열심히 연구를 해서 좋은 발명을 하고 받은 보상금에 로또 당첨금보다 높은 세율을 부과하고 있는 것이다.
과학기술계에서는 직무발명보상금 비과세 한도를 대폭 높이거나 다시 비과세로 바꿔야 한다는 주장이 계속됐다. 정부도 필요성은 인정하면서도 조심스러운 모습이었다. 세제를 담당하는 기획재정부가 미온적인 입장이었기 때문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작년 9월 제3차 인재양성 전략회의에서 과학기술 인재 성장 발전 전략을 발표할 때도 비과세 한도 확대를 위한 지속적인 개선 방안을 마련하겠다는 문구만 들어갔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직무발명보상금 비과세 한도 확대는 부처 간 이견이 있어 우선순위에서 빠졌다”고 설명했다.
이런 와중에 직무발명 제도의 주무 부처인 특허청이 올해 직무발명활성화를 위해 보상금 비과세 한도를 대폭 확대해야 한다는 입장을 명확히 했다. 특허청의 직무발명활성화 사업 추진계획안에 따르면, 보상금 비과세 한도를 최소 2000만원 이상으로 확대해야 한다는 내용이 들어갔다. 특허청은 국세청과의 협업으로 국내 전체 직무발명보상금 현황 자료를 확보하고, 산업부, 과기부, 교육부 등 유관기관과 함께 기재부를 설득하겠다는 계획이다.
국회에서 직무발명보상금 비과세 한도 확대와 관련된 법 개정안이 여럿 발의된 것도 제도 개선에 힘을 실어준다. 최수진 의원은 작년 7월 직무발명보상금을 기타소득으로 전환하고 전액 비과세하는 내용의 소득세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이해민 조국혁신당 의원도 작년 8월 보상금을 기타소득 분리과세로 전환하고, 비과세 한도는 4000만원으로 높이는 내용의 소득세법 개정안을 냈다.
김학효 과학기술정책연구원(STEPI) 부연구위원은 지난해 과학기술정책 브리프에서 “비과세 한도가 2000만~4000만원이면 직무발명보상금 신고 근로자의 90~96%가 직무발명보상금에 대해 소득세를 부담하지 않을 것으로 추정된다”며 “연구자 사기 진작을 위한 직무발명보상금 소득세제 개선 논의 본격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