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유성구보건소 금연상담실에서 금연 참가자가 상담받고 있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연구진은 금연을 방해하는 금단증상의 새로운 발생 원인과 치료제 후보물질을 찾아내는 데 성공했다./뉴스1

금연은 흡연자가 새해 목표로 삼는 단골 주제 중 하나다. 자신의 의지 만으로 금연에 성공하기는 쉽지 않다. 국내 연구진이 금연을 도울 새로운 약물 개발 가능성을 찾아냈다.

임혜인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뇌질환연구단 책임연구원이 이끄는 연구진은 담배 금단증상을 조절하는 뇌 부위를 새롭게 발견했다고 8일 밝혔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전 세계 흡연율은 22%를 웃돈다. 전 세계 각국은 흡연율을 낮추기 위해 금연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매년 900만명 이상이 흡연으로 인해 숨지고 있다. 담배와의 전쟁은 끝날 기미가 없다.

금연을 성공적으로 하려면 중독을 유발하는 니코틴으로 인한 금단증상을 효과적으로 제어해야 한다. 금연을 시도하는 사람은 뇌 특정 부위가 활성화되면서 손이 떨리고 활동성이 떨어지는 증상이 나타난다. 이 같은 금단증상은 금연 성공률을 낮추는 원인이 된다.

KIST 연구진은 금단증상이 나타나는 원인과 금단증상을 줄일 새로운 치료법을 찾아내는 데 성공했다. 연구진은 생쥐 실험으로 뇌 선조체 내부의 콜린성 중간뉴런(신경세포)이 금단증상에 영향을 주는 것을 확인했다. 선조체는 대뇌피질의 정보를 받아서 보상, 집행, 자기 조절 및 운동 처리에 관여하는 뇌 부위다.

선조체 내부의 콜린성 중간뉴런은 금단증상의 억제에도 효과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이 생쥐의 선조체 콜린성 중간뉴런의 나트륨(소듐) 이온 통로를 억제하자 신경세포의 활성이 감소했다. 그 결과, 니코틴 금단증상인 손 떨림이 크게 감소했으며 비정상적인 신경 활동 변화가 사라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새로운 금단증상 치료제 후보물질도 새롭게 찾아냈다. 미 식품의약국(FDA)이 파킨슨병 치료제로 승인한 프로싸이클리딘은 콜린성 중간뉴런의 활동을 억제할 수 있어 금단증상 완화 효과가 있을 가능성이 크다.

연구진은 생쥐 실험에서 프로싸이클리딘을 1회 투여하고 니코틴 금단증상을 유도했다. 그 결과, 손 떨림이 50% 이상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프로싸이클리딘은 이미 임상시험으로 안전성이 입증된 만큼 새로운 금연 치료제 개발을 위한 임상시험 기간도 크게 단축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임 책임연구원은 “금연 치료의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하며 금단으로 인한 일상생활의 저해를 줄이고 새로운 치료제 개발 가능성을 봤다는 데 의미가 있다”며 “니코틴을 포함한 다양한 중독 문제를 이해하고 효과적인 치료제 개발에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어드밴스드 사이언스’에 지난해 11월 4일 소개됐다.

참고 자료

Advanced Science(2024), DOI: https://doi.org/10.1002/advs.20240227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