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이공계 대학원 제도를 개편해야 한다는 전문가의 분석이 나왔다. 저출산으로 인한 인구 감소에도 불구하고 박사급 인력이 과도하게 배출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박기범 과학기술정책연구원(STEPI) 시스템혁신실 선임연구위원은 7일 ‘STEPI 인사이트 제 337호’를 내고 “인구 감소에 앞서 이미 10여년 전부터 이공계 대학원은 심각한 질적·양적 위기가 도래했다”고 밝혔다.
이번 보고서는 ‘이공계 대학원 혁신 방안’이라는 제목으로 국내 이공계 위기에 대비하기 위해 대학원 제도 개편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국내 대학은 일반재정지원은 거의 없으면서도 정부 연구개발(R&D) 사업의 지원이 대부분을 차지해 교원이 느끼는 부담이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 연구비 대비 대학원생 수가 지나치게 많다는 점도 개편이 필요한 이유로 지적됐다.
박 선임연구위원은 “대학원의 여건과 역량에 따라 석사 양성과 박사 양성으로 구분할 필요가 있다”며 “석사중심대학원은 실무와 현장 중심 인력 배출, 박사중심대학원은 세계적 수준을 지향하는 연구중심대와 지역거점·연구분야별 특화형으로 육성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보고서는 지역과 중소형 대학원은 석사 중심으로 운영해 지역 산업 수요와 연계한 인력 양성, 산학협력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등교육재정지원과 대학 R&D 지원 연계, 대학 단위 지원을 위한 대학원 특성화 사업도 제안했다.
보고서는 강력한 구조조정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국내 과학기술 인재 배출 시스템의 붕괴가 일어날 것이라는 경고도 내놨다.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인구 감소세가 계속된다면 약 15년 뒤에는 지역 대학은 상위 20곳을 제외하면 대학원생을 유치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해진다.
박 선임연구위원은 “현재의 대학 R&D 체계는 더이상 지속이 어렵다”며 “미래 과학기술인력 양성을 위해서는 대학과 교원의 역량 강화와 함께 대학원생에 대한 안정적 지원 체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