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문학자들이 먼 우주에서 우주 나이(약 137억년)가 지금의 절반이었을 때 탄생한 별 44개를 새롭게 발견했다. 희미한 빛을 감지하는 강력한 우주망원경과 빛이 중력의 영향을 받아 휘는 현상을 이용해 먼 우주에서 날아오는 별빛을 포착했다. 한꺼번에 먼 우주에서 이 정도로 많은 별들이 발견된 것은 처음이다.
일본 치바대와 미국 하버드 스미소니언 천체물리학센터, 중국과학원을 포함한13개국 과학자들이 참여한 공동 연구진은 6일(현지 시각) 우리 은하에서 65억 광년(光年·1광년은 빛이 1년 가는 거리로 약 9조4600억㎞) 떨어진 먼 은하에서 별 44개를 발견했다고 국제 학술지 ‘네이처 천문학’에 밝혔다. 연구진은 “이번에 보고된 별은 지금까지 먼 우주에서 발견됐다고 보고된 사례 중 가장 많다”며 “향후 은하 형성과 우주 진화와 관련된 암흑 물질 연구에 실마리를 제공할 더 많은 개별 별을 먼 우주에서 찾아낼 길이 열렸다”고 말했다.
은하수를 포함한 대부분의 은하에는 수십억 개의 별이 있다. 우리 은하와 안드로메다처럼 지구에서 가까운 은하에서는 별을 하나씩 관찰할 수 있지만 수십억 광년 떨어진 은하는 너무 멀어서 여러 별빛이 섞여서 흐릿한 덩어리처럼 보인다. 먼 은하의 별들은 개별적으로 관찰하기는 어렵다 보니 은하가 어떻게 진화하는지는 과학자들에게 과제로 남아 있었다.
최근 천문학에서 자주 등장하는 중력렌즈는 새로운 가능성을 열었다. 천재물리학자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이 예측한 중력렌즈는 별빛이 항성이나 행성 같은 무거운 질량을 가진 천체를 지낼 때 중력장에 휘면서 더 밝게 빛나는 현상이다. 먼 우주에서 날아온 희미한 별빛을 수천 배로 확대하는 거대한 돋보기 같은 역할을 한다.
연구진은 우주에 떠있는 미국항공우주국(NASA)의 제임스웹우주망원경(JWST)이 2022년과 2023년 우주의 나이가 지금의 절반이었을 때에 해당하는 65억 광년 떨어진 우주에서 포착한 이미지를 살피다가 ‘별의 보물창고’를 발견했다. 지구에서 40억 광년 떨어진 아벨370(Abell 370)이라는 거대 은하단 뒤에 있는 은하의 모습이 중력렌즈 영향을 받아 길쭉한 형태로 늘어나 보인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연구진은 이 ‘드래건 아크(Dragon arc)’로 불리는 왜곡된 이미지에서 44개의 별을 발견했다.
논문에 따르면 별 색상을 분석한 결과 이곳에서 새로 발견된 별들은 대부분 오리온자리의 베텔게우스와 비슷한 적색거성과 초거성으로 확인됐다. 초신성으로 폭발하기 전에 가스와 먼지를 분출하는 적색거성과 초거성은 별의 생애에서 비교적 마지막 단계에 해당한다. 연구진은 “지구에서 가까운 은하에서 발견한 적색 거성을 통해 이미 많은 사실이 알려졌다”며 “이 지식을 활용해 은하계 형성의 초기 단계에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연구에서 해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제임스웹우주망원경은 먼 우주에서 별들이 내는 미세한 적외선을 측정하기 위해 개발된 지름 6.5m짜리 반사경이 달린 우주망원경이다. 지난 2021년 크리스마스에 발사된 뒤 지구에서 150만㎞ 떨어진 곳에서 먼 우주를 관찰하고 있다. 과학자들은 제임스웹우주망원경과 중력렌즈 효과를 활용하면 먼 은하에 있는 더 많은 희미한 별을 식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과학자들은 먼 우주에서 별을 찾는 일이 달 분화구에 있는 먼지 알갱이를 쌍안경으로 찾는 것과 같다고 비유한다. 제임스웹우주망원경 이전에 활용했던 나사의 허블 우주망원경만 해도 고작 7개의 별을 발견하는데 그쳤다.
이번 논문의 공동 저자인 펭우 선(Fengwu Sun) 하버드 천체물리학 센터의 박사후 연구원은 “이번 연구는 먼 은하계에서 많은 수의 개별 별을 연구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것을 처음 보여줬다”며 “이제 우리는 이전에는 능력 밖에 있던 별을 분해할 수 있는 능력을 갖췄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앞으로 드래건 아크에서 더욱 확대된 별을 관측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천문학자들은 더 많은 개별 별들을 식별하게 되면 우주의 가장 큰 미스터리 중 하나인 암흑 물질 연구에 속도를 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번 연구의 책임자인 후다모토 요시노부 일본 치바대 교수는 “통계적으로 의미 있는 방식으로 별의 개체군을 연구하려면 개별 별에 대한 더 많은 정보가 필요하다”며 “개별 별에 대한 관측은 중력렌즈의 구조에 관한 통찰력을 제공하고 암흑 물질의 본질을 밝힐 수 있다”고 말했다.
참고 자료
Nature Astronomy(2024), DOI: https://doi.org/10.1038/s41550-024-0243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