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햇빛, LED 기반 디스플레이 기기나 실내조명에서 나오는 청색광(blue light, 블루라이트)이 세포의 단백질을 손상시키는 과정을 밝혔다.
울산과학기술원(UNIST) 화학과의 민두영, 권태혁, 민승규 교수 연구진은 청색광에 의해 세포 단백질이 손상되는 새로운 경로를 규명했다고 6일 밝혔다.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에 지난 12월 30일 공개됐다.
청색광은 고에너지 가시광선으로, 일반적인 자외선 차단제로는 제대로 막을 수 없으며 눈에 닿으면 눈의 각막과 수정체를 통과해 망막까지 도달할 수 있다. 체내에 도달한 청색광은 세포 단백질의 산화 손상을 유발해 피부와 눈 건강을 해칠 수 있다고 알려져 있다. 체내에 녹아 있던 산소가 청색광을 흡수해 반응성이 높은 활성 산소로 바뀌면, 이 활성 산소가 세포의 단백질 사이를 헤집고 다니면서 단백질 표면을 산화시키고 손상을 입힌다. 이때 세포 내 항산화 시스템이 활성산소를 무력화시켜 단백질의 손상을 줄일 수 있다.
연구진은 이번 연구에서 새로운 단백질 손상 경로인 ‘산소 가둠 광산화 경로’를 밝혀냈다. 해당 경로는 항산화 시스템이 닿지 않는 단백질 내부에서 일어난다. 단백질 내부에 갇힌 산소가 단백질을 이루는 특정 아미노산과 상호작용하며 청색광의 에너지를 흡수한 뒤 활성산소로 바뀐다. 생성된 활성산소는 단백질 내부를 돌아다니며 단백질 손상을 일으킨다.
연구진은 단백질의 구조에서 착안해 이 같은 경로를 발견했다. 단백질은 아미노산 사슬이 복잡하게 접힌 구조로, 그사이에 무수히 많은 공간이 있어 작은 분자들이 포획될 수 있다. 연구진은 다양한 실험과 계산, 통계, 생명정보학 접근 방법을 활용해 다각도로 이를 입증했다.
민두영 교수는 “일반적인 단백질 손상 경로와는 본질적으로 완전히 다른 새로운 단백질 손상 경로를 발견했으며, 세포 내 단백질 전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며 “새롭게 발견된 단백질 손상 경로는 청색광에 의한 피부, 눈 조직의 노화나 질병 유발의 숨겨진 원리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참고 자료
Nature Communications(2024), DOI: https://doi.org/10.1038/s41467-024-55168-z