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전도체의 '마이스너 효과'라고 불리는 완전반자성 현상으로 자석이 공중부양하고 있다./한국원자력연구원

국내 연구진이 초전도체와 그래핀을 접합해 그래핀의 특성을 조절할 수 있는 소자를 만들었다. 초전도체와 그래핀이라는 혁신적인 소재를 결합할 수 있는 가능성이 열린 셈이다.

이길호 포항공과대학교(포스텍) 물리학과 교수와 장성 연구원 연구진은 일본 국립재료과학연구소(NIMS) 와타나베 켄지(Kenji Watanabe) 연구원, 타니구치 타카시(Takashi Taniguchi) 연구원과 협력해 그래핀과 초전도 전극의 접합 특성을 획기적으로 개선하는 데 성공했다고 31일 밝혔다. 이번 연구는 나노 기술 분야의 국제 학술지인 ‘나노 레터스(Nano Letters)’에 지난 11일 게재됐다.

초전도체는 특수한 조건에서 저항이 0이 되는 물질로, 일반 도체와 결합하면 초전도성이 도체로 전달되는 ‘근접효과(Proximity effect)’가 나타난다. 이 현상은 전자기기 성능을 극대화하는 핵심 기술로 응용 분야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래핀은 전기 전도성이 우수하고, 전자 이동 속도가 빨라 초전도체와 도체를 연결하는 이상적인 재료로 주목받아 왔다. 하지만 기존 기술로는 초전도체가 그래핀에 전자를 주입하는 과정에서 전자가 빠져나가 ‘홀 도핑(hole doping)’ 상태가 됐고, 그로 인해 초전도체와 그래핀 사이에 ‘PN 계면’이라는 경계가 형성되었다. 이 경계는 접합 투과도를 낮추고 근접 효과를 낮춰 초전도체가 그래핀에 전기를 효율적으로 전달하는 데 방해가 됐다.

연구진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그래핀의 전하 밀도를 정밀하게 제어할 수 있는 새로운 접합 방식을 개발했다. 연구진은 그래핀을 보호하는 부도체인 ‘육방정계 질화붕소’ 특정 부분을 정밀하게 깎아내어 그래핀의 표면을 노출하고, 이 위에 초전도체를 접합했다. 이 방식은 기존 1차원 접합과 달리 그래핀 전하 밀도와 극성을 제어 전압을 통해 조절할 수 있다. 따라서 홀 도핑 상태에서도 초전도체와 그래핀 간의 원활한 연결이 가능해 강력한 초전도 근접 효과와 높은 접합 투과도를 유지할 수 있었다.

장성 연구원은 “기존 1차원 접합 방식은 그래핀의 극성을 자유롭게 제어하기 어려운 한계가 있었다”며 “이번 연구에서 개발한 2차원 초전도 접합 기술은 그래핀의 전기적 특성을 정밀하게 조절할 수 있어 새로운 전자 소자와 연구 분야를 열어줄 것”이라고 기대했다.

참고 자료

Nano Letters(2024), DOI: https://doi.org/10.1021/acs.nanolett.4c0376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