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3월 8일 0시 41분,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공항에서 239명을 태운 말레이시아항공 370편(MH370)이 베이징을 향해 날아올랐다. 이륙 40분 뒤 갑자기 예정 항로를 벗어난 MH370은 6시간 정도 운항하다 인도양 니코바르 군도(群島) 인근에서 마지막으로 레이더에 포착된 후에 사라졌다. 항공 사고 사상 최대 미스터리로 꼽히는 ‘MH370 실종 사건’이다.
말레이시아 정부가 10년 전 실종된 MH370편 여객기의 수색 작업을 재개하기로 했다. 로이터통신 등은 미국 해양탐사기업 오션인피니티가 수색을 맡는다고 최근 보도했다. 이 회사는 내년 말레이시아 정부와 계약을 맺고 서울 면적의 25배에 이르는 1만5000㎢ 해역을 18개월간 수색할 계획이다. MH370 잔해의 주요 부분을 발견하면 보상금 7000만달러(약 1020억원)를 받는다.
◇”전체 해저 지도 2030년 완성”
MH370 재수색 방침을 계기로 해저 탐사가 관심을 모은다. 앞서 MH370 실종 초기 한 달여 동안 8국에서 보낸 군용기 22대와 함정 19척이 해수면을 수색했다. 수중 금속 식별 장비를 갖춘 정찰기, 수중 음향 신호를 감지하는 잠수함도 동원됐지만 잔해를 발견하지 못했다. 이후 호주 정부는 2017년 초까지 수중 음파 탐지기 등을 활용해 해저의 윤곽과 깊이 등을 관측했고, 이를 3D(차원) 지도로 구현했다. 해저의 수많은 산과 골짜기가 해저 지도로 상세한 모습을 드러냈다. MH370 실종이 상세한 해저 지도 제작의 계기가 된 셈이다.
과학계에서는 미지의 해저 지형을 밝혀내려는 공동 연구가 탄력을 받고 있다. 2017년 유엔(UN) 해양 콘퍼런스에서 출범한 해저 지형 국제 프로젝트 ‘시베드 2030(Seabed 2030)’은 지구 표면의 약 70%를 차지하는 바다 아래 지형을 2030년까지 지도로 구현하겠다고 밝혔다. 출범 당시 6%에 불과했던 해저 지도화 비율은 해마다 증가해 올해 26.1%에 이르렀다. 시베드 2030에 따르면, 현재까지 신규로 탐사 데이터를 확보한 해저 지형 면적은 9000만㎢에 달한다.
◇해수 관측 전용 위성도 활용
미 해양대기청(NOAA)에 따르면, 높이가 1000m 이상인 해저산의 수는 10만개로 추정된다. 이는 지상의 1000m 이상 산의 수와 거의 같다. 태평양 해저의 카할레와이산은 높이가 4200m로 알프스 산맥의 봉우리들과 맞먹는다. NOAA는 “해저에 수많은 산이 있지만 실제로 탐사된 것은 산은 10분의 1도 되지 않는다”고 밝히고 있다.
미국 UC샌디에이고 스크립스 해양연구소와 프랑스 국립항공우주센터(CNES) 연구진은 지난 12일 국제학술지 사이언스에 첨단 위성으로 해저 지형을 분석한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세계 최초의 해수 및 담수 관측 전용 위성으로 측정한 해저 지형이 기존 관측 방법보다 정확하다는 내용이다. 이 위성은 레이더로 수심을 측정하며, 약 900km 고도에서 지구를 돌며 해양과 대륙의 수위 변화를 관측하고 있다. 이를 통해 이전보다 넓은 범위의 해저 지형을 더욱 높은 해상도로 파악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정밀한 해저 지도 제작에 폭넓게 활용될 전망이다.
◇韓美 인도양 공동 탐사
인도양은 태평양, 대서양에 비해 해양 연구가 더뎌 ‘미지의 바다’로 꼽힌다. 수심이 깊고 해저 지형이 복잡해 탐사가 쉽지 않은 곳으로 알려져 있다. 이곳은 한반도를 비롯한 동북아시아와 미 대륙의 서부지역 기후에 영향을 끼쳐 주목받고 있다. 한국해양과학기술원과 NOAA가 공동 관측 연구에 나선 배경이다. 지난 12일 해양과기원은 인도양 열대 해역의 동경 65도, 남위 8도 지점에 설치한 계류관측선(RAMA-K)을 통해 대기부터 수심 4000m 해저에 이르기까지 바닷물 특성과 해류 등의 실시간 관측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미국의 해상 부이(buoy)가 해수면 대기에서 수심 500m까지, 한국의 수중 계류선이 수심 300m부터 4000m까지 관측하는 방식이다. 공동 탐사 해역은 저온의 심층수가 표층으로 올라오는 곳으로, 한반도 강수량과 겨울철 이상(異常) 고온 등에 영향을 끼치는 열대 해역이다. 이희승 한국해양과학기술원장은 “해당 지역 수층(水層)의 연속 관측 자료를 확보한 것은 세계 최초”라며 “한국과 미국의 이번 공동 연구가 한반도 기후 예측의 정확도를 향상시키고, 지구 해양 관측망을 완성하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