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생명공학연구원 연구진이 꿀벌부채명나방의 장에서 플라스틱을 분해하는 효소를 찾아냈다. 연구진은 플라스틱 분해 효소를 대량배양하기 위해 효모와 곤충 세포를 이용한 시스템도 구축했다./한국생명공학연구원

유엔개발계획(UNDP)에 따르면 전 세계 플라스틱의 재활용률은 9%에 그친다. 국내 플라스틱 재활용률은 16.8%로 전 세계 평균보다는 높지만, 폐기물 대부분은 땅속에 매립해 처리된다. 하지만 땅속에 버려진 플라스틱 폐기물은 수백년간 분해되지 않고 그대로 남아 있어 심각한 환경 오염을 유발한다.

류충민 한국생명공학연구원 감염병연구센터장이 이끄는 연구진은 꿀벌부채명나방의 장에서 플라스틱을 분해하는 효소를 대량 배양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냈다고 25일 밝혔다.

과학기술계는 플라스틱 폐기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생분해성 플라스틱을 연구 중이다. 생분해성 플라스틱은 플라스틱의 내구성과 강도는 유지하면서도 땅속에 매립하면 빠르게 분해되게 만드는 기술이다. 다만 기존 플라스틱보다 특성은 유지하기 어렵고 생산 비용도 비싸다는 문제는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생명연 연구진은 나방의 한 종류인 꿀벌부채명나방에서 플라스틱을 산화시키는 효소를 찾아 생분해성 플라스틱이 아닌 일반 플라스틱도 빠르게 분해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냈다. 생명체의 효소로 플라스틱을 분해하는 ‘생물학적 플라스틱 분해’ 기술은 친환경적이면서도 기존 플라스틱 폐기물의 처리에 사용할 수 있어 최근 주목을 받고 있다.

꿀벌부채명나방은 벌집의 주성분인 왁스를 먹이로 삼는다. 왁스는 플라스틱과 비슷한 구조를 갖고 있어 생물학적 플라스틱 분해를 구현할 수단으로 주목 받아왔다. 연구진은 2019년 꿀벌부채명나방이 분비하는 효소 사이토크롬 P450이 플라스틱 중 하나인 폴리에틸렌을 소화하는 능력이 있음을 처음 밝혀낸 바 있다.

류 센터장은 “나방이 플라스틱을 분해할 수는 있지만 생애주기 동안 플라스틱을 먹어 분해할 수 있는 기간은 2주밖에 되지 않아 이 방식은 상용화가 어려웠다”며 “나방의 효소를 대량 배양해 직접 플라스틱에 처리하는 방법을 찾아냈다”고 말했다.

연구진은 사이토크롬 P450의 유전자를 효모(yeast)에 넣어 배양하는 방법과 곤충 세포를 배양하는 방식으로 플라스틱 분해 효소를 대량 배양하는 데 성공했다. 세포가 만든 효소는 곤충의 뱃속이 아니어도 플라스틱을 효과적으로 분해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또 인공지능(AI)을 이용한 시뮬레이션(계산 연구)으로 사이토크롬 P450의 플라스틱 분해 원리를 찾고, 유전자 조작을 통해 분해 효율을 높이는 데도 성공했다.

류 센터장은 “곤충 유래 효소를 이용한 폐플라스틱 처리의 새로운 가능성을 열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며 “플라스틱 분해 효소의 작용 원리를 명확히 찾고, 효소를 활용한 폐플라스틱 처리의 실용화 가능성을 최초로 확인했다”고 말했다.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위험 물질 저널’에 지난 10월 23일 소개됐다.

참고 자료

Journal of Hazardous Materials(2024), DOI: https://doi.org/10.1016/j.jhazmat.2024.13626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