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오후 서울 공릉역 인근에서 제2회 경춘선 공릉숲길 커피축제가 열렸다./연합뉴스

커피를 하루 4잔 이상 마시면 두경부암 발생 위험을 낮출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차도 비슷한 효과가 있었지만, 커피와 달리 자주 마시면 오히려 위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제 두경부암 역학 컨소시엄 연구진이 유럽과 북남미에서 진행된 연구 14건의 데이터를 분석해 커피와 차 소비가 두경부암의 발생 위험을 낮출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24일 발표했다. 해당 연구는 미국 암학회의 학술지 ‘암(Cancer)’에 게재됐다.

두경부암은 뇌와 안구에 발생하는 종양을 제외하고, 머리와 목 곳곳에서 발생하는 악성 종양을 말한다. 얼굴과 코, 목, 입안, 후·인두, 침샘, 갑상선 등에 발생한다. 두경부암은 전 세계에서 일곱 번째로 흔한 암으로, 특히 중·저소득 국가에서 발생률이 증가하고 있다.

연구진은 두경부암 환자 9548명과 암이 없는 1만 5783명에게 마시는 커피의 카페인 유무부터 커피와 차를 얼마나 소비하고 있는지 설문 조사한 결과를 분석해 두경부암과 커피, 차 소비의 연관 관계를 살폈다.

조사 결과, 하루 4잔 이상의 카페인 커피를 마시는 사람은 커피를 마시지 않는 사람보다 두경부암 발생 위험이 17% 낮았다. 구강암 발생 위험은 30%, 인후암 발생 위험은 22% 감소했다. 하루 3~4잔의 카페인 커피 섭취는 인두 아래에 생기는 암인 하인두암 발생 위험을 41% 낮췄다.

카페인을 뺀 디카페인 커피도 비슷한 효과를 보였다. 디카페인 커피를 마시는 사람은 구강암 발생 위험이 25% 낮아졌다. 다만 차는 커피보다는 효과가 덜 명확했다. 차를 하루 1잔 이하로 마실 경우 두경부암 발생 위험이 9% 감소했으며, 하인두암 발생 위험은 27% 줄어들었다. 반면 차를 하루 1잔 이상 마시는 경우 후두암 발생 위험이 오히려 38% 높아지는 경향이 관찰됐다.

연구진은 “아마도 카페인 이외의 생리활성 화합물이 커피와 차의 잠재적인 항암 효과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며 “차를 마시면 후두암 발병 위험이 높아지는 이유가 위나 식도 역류 질환의 위험이 높아질 가능성 때문일 수 있다”고 추정했다.

연구를 주도한 위안-친 에이미 리(Yuan-Chin Amy Lee) 미국 유타대 의대 교수는 “커피와 차 소비가 두경부암과 다른 암에 미치는 효과를 확인했고, 디카페인 커피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관찰 결과도 포함됐다”며 “다만 커피와 차의 소비 습관이 매우 복잡하기 때문에, 이를 암 위험과 연관 지어 분석하기 위해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톰 샌더스(Tom Sanders) 영국 킹스 칼리지 런던 영양학과 명예교수는 이날 과학언론 지원기관인 사이언스 미디어 센터에 “통계 분석에서 담배나 알코올과 같은 물질의 교란 효과를 완전히 제거하기는 어렵다”며 “커피와 차를 많이 마시는 사람들은 음주나 흡연과 같은 해로운 행동을 피할 가능성이 높고, 따라서 암에 걸릴 위험이 낮을 수 있다”고 말했다.

참고 자료

Cancer(2024), DOI: https://doi.org/10.1002/cncr.356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