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교통사고 뺑소니 차량이나 범죄를 저지르고 도주하는 차량의 위치를 추적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
이종호 광주과학기술원(GIST) 기계로봇공학부 교수 연구진은 얇고 넓게 펼쳐지는 탄성 접착제를 이용한 기능성 전자기기를 발사해 목표물에 안정적으로 부착해 유지시키는 기술을 개발했다고 24일 밝혔다.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어드밴스드 펑셔널 머티리얼즈(Advanced Functional Materials)’ 온라인판에 지난 20일 게재됐다.
음주, 마약, 뺑소니와 같은 범죄를 저지르고 달아나는 운전자가 단속에 불응하고 도주하는 경우, 급박한 추격전으로 인해 추격자와 도주자뿐만 아니라 일반 시민도 크게 다칠 수 있다. 따라서 도주 차량의 위치를 간편하게 추적할 수 있는 기술이 필요하다. 또 화재와 같은 재난 현장에서 무선 카메라를 즉석에서 설치해 실내 상황을 모니터링할 수 있다면 인명 피해 없이 생존자 확인과 구조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도주 차량의 위치 추적과 재난 현장의 실내 상황 모니터링을 위해서는 이동 중 차량 또는 손이 직접 닿지 않는 곳에 GPS나 카메라를 원격으로 부착할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 접착 물질을 다양한 표면에 밀착시킬 뿐만 아니라 부착 상태를 오랫동안 유지시킬 수 있는 원거리 발사·부착 기술이 필요하다.
연구진은 접착 물질을 마치 피자 반죽을 돌려서 펼치듯 발사 시에만 얇고 넓게 펼칠 수 있는 ‘원거리 회전 펼침 부착 기술’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이 기술로 접착 물질의 부착 강도를 높이면서도 기둥, 강철격자, 경사면, 돌출면과 같이 좁고 울퉁불퉁한 표면에 밀착시킬 수 있었다. 자동차 철판, 유리, 앰블럼, 와이퍼, 범퍼, 타이어, 휠, 건물 내외 벽면에 무거운 물체를 매달거나 당겨 보아도 훨씬 오랫동안 부착 상태가 유지되는 것을 확인했다.
연구진은 실험을 통해 해당 기술을 긴급 현장에서의 위치추적, 무선 모니터링, 구조 활동 분야에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을 입증했다. 시속 60km로 주행 중인 차량 후면에 위치추적장치가 탑재된 발사부착탄을 발사·부착시켜 실시간 위치 정보를 추적했다. 비상 상황 시 무선 카메라가 탑재된 발사부착탄을 건물 내부 벽과 천장에 안정적으로 발사해 부착시켜 건물 내부 전경을 무선으로 모니터링했다.
연구진은 “부착하고자 하는 표면의 형태와 상관없이 견고하게 물체를 부착시키면서도 부착 표면의 손상은 최소화하는 접착 기술을 개발하기까지 수많은 시행착오와 노력이 필요했다”면서 “향후 이 기술이 국방, 치안, 재난 현장과 같은 다양한 분야에서 폭넓게 활용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참고 자료
Advanced Functional Materials(2024), DOI: https://doi.org/10.1002/adfm.20241948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