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서울바앤스피릿쇼 2024를 찾은 관람객이 위스키를 시음하고 있다./뉴스1

냄새로 위스키의 향미뿐 아니라 생산지까지 맞출 수 있다면 어떨까. 독일 연구진이 위스키의 향미를 평가하고 미국산인지 스코틀랜드산인지 정확도 90%로 맞출 수 있는 인공지능(AI)을 개발했다.

프라운호퍼 공정공학 및 포장 연구소가 이끄는 독일 연구진은 위스키의 생산지와 향미를 판별하는 두 가지 머신러닝 알고리즘을 개발하고, 미국산과 스코틀랜드산(스카치) 위스키를 구별하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커뮤니케이션즈 케미스트리(Communications Chemistry)’에 20일 게재됐다.

위스키의 향미는 다양한 화합물 수십 가지의 조합으로 결정된다. 단순히 냄새 분자를 분석하는 것만으로는 위스키의 특성을 예측하기 어려운 이유다. 위스키의 주요 향미를 식별하기 위해 전문가들이 있긴 하지만, 훈련에 상당한 시간과 비용이 들고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달라 한계가 있다.

연구진은 자체 개발한 분자 향미 예측 알고리즘 ‘OWSum’과 인공 신경망을 사용해 위스키들의 향기를 예측했다. 먼저 향과 관련된 분자 데이터를 수집해 분석하자, 미국산 위스키는 박하나 기타 민트류에서 나오는 화합물인 ‘멘톨’과 제라늄, 장미와 같은 꽃에서 나오는 향긋한 ‘시트로넬올’이 많이 검출됐다. 반면 스코틀랜드산 위스키에서는 합성착향료로 쓰이는 ‘메틸 데카노에이트’, 기름 냄새를 내는 ‘헵탄산’이 주로 나왔다.

알고리즘들은 각 화합물을 참고해 위스키의 특징적인 노트(향의 느낌)를 식별했다. ‘OWSum’은 화합물의 중요도를 정량화했고, 인공 신경망은 화합물의 구조적 패턴을 분석했다. 그 결과 미국산 위스키의 주요 노트는 캐러멜, 스코틀랜드산 위스키의 노트는 사과나 매캐한 연기 냄새를 내는 ‘페놀’이었다. 연구진은 “두 알고리즘 모두 특정 위스키의 가장 강한 노트들을 인간 전문가보다 정확하고 일관되게 식별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를 바탕으로 미국산 위스키 7종과 스코틀랜드산 위스키 9종을 판별하는 실험을 진행했다. 연구진이 개발한 OWSum 알고리즘은 위스키가 미국산인지 스코틀랜드산인지 90% 이상의 정확도로 분류하는 데 성공했다.

연구진은 “이 알고리즘이 위스키의 생산지 분류와 주요 향미 식별을 빠르고 효율적으로 처리할 수 있다”며 “향후 더 다양한 샘플과 데이터로 모델의 범용성을 검증하고 나면, 위스키 산업에서 향미를 분석하거나 품질 관리를 자동화하는 데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생산 과정 중에 발생할 수 있는 위스키 내 화학적 변화를 조기에 감지해 이상 여부를 판단하거나, 특정 향미를 극대화할 수 있는 공정을 개발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참고 자료

Communications Chemistry(2024), DOI: https://doi.org/10.1038/s42004-024-0137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