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동환 엘엠엔틱바이오텍 대표./엘엠엔틱바이오텍

혈액이나 소변과 같은 체액 속 성분을 분석해 질병을 진단하는 ‘액체 생검’ 기술이 의료계에서 주목받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프리시던스리서치에 따르면 액체 생검 시장은 2022년 47억달러(약 6조7000억원)에서 2032년 182억달러(약 26조원)까지 성장할 전망이다. 미국과 유럽에서 보험 급여로 인정되기 시작하면 시장 성장 속도는 더 빨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바이오 스타트업 엘엠엔틱바이오텍은 독창적인 기술로 체외 진단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2022년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 학생기업으로 설립된 엘엠엔틱바이오텍은 김철기 DGIST 교수의 원천 기술을 기반으로 자기장을 활용해 혈액 속 극소량의 종양 세포를 분리하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지난 5일 서울 강남에서 만난 류동환 엘엠엔틱바이오텍 대표는 “암 환자의 혈액에는 극소량의 종양 세포가 존재하는데, 혈액 10mL에 적혈구 10억개, 백혈구 100만개가 있다면 종양 세포는 한두 개에 불과할 정도로 희소하다”며 “이 희소한 세포를 효과적으로 분리할 수 있는 기술을 완성해 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엘엠엔틱바이오텍의 핵심 기술은 세포를 한 개 단위로 정밀하게 이동시키는 데 있다. 실리콘이나 유리 기판 위에 자성 패턴을 회로 형태로 설계한 뒤 균일한 자기장을 가하면, 세포가 패턴을 따라 이동하게 된다. 여기에 특정 종양 세포를 인식하는 항체를 더하면 극소량의 종양 세포를 효과적으로 분리해 낼 수 있다.

류 대표는 “전자 회로처럼 세포가 갈 수 있는 길을 설계한 뒤, 자기장을 활용해 세포를 특정 방향으로 이동시키는 원리”라며 “세포 크기부터 항체 반응, 자기장에 의한 선택적 이동의 세 가지 조건을 동시에 사용해 원하는 단일 세포를 분리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올해 7월부터는 G밸리의료기기개발지원센터의 지원을 받아 연구용 시제품을 만드는 데 성공했다. 류 대표는 “센터의 지원 덕분에 기존에 3D 프린팅으로 제작하던 테스트용 제품을 정교한 가공과 구조 설계를 통해 완성도 높은 연구용 시제품을 만들 수 있었다”며 “이후 상용화를 준비하는 데 든든한 기반이 되고 있다”고 했다.

엘엠엔틱바이오텍은 현재 고형암 중 하나인 유방암의 세포를 사용해 연구용 시제품의 성능을 확인하고 있다. 내년 1월부터는 의정부성모병원과 협력해 환자의 혈액을 이용한 실험에 나선다.

류 대표는 “인체 유래물 기반으로 실증 데이터를 더 확보하고, 기술을 최적화해 체외 진단 의료기기 완성품을 개발하는 것이 최우선 목표”라며 “2025년 하반기부터 5000만원에서 1억원 수준의 유의미한 매출을 기록할 전망”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