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만 환자./게티이미지뱅크

비만을 막는 뇌 ‘스위치’가 발견됐다. 국제 공동 연구진이 뇌 속 특정 효소를 억제하는 방식으로 식욕을 줄이고 운동 의욕을 높이는 데 성공했다. 이 방법은 기존 비만 치료제와 달리 부작용이 없어 비만 치료의 새로운 길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캐나다 몬트리올대 의대의 몬트리올병원연구센터(CRCHUM) 연구진은 효소 ‘ABHD6′를 억제해 비만을 치료할 수 있는 원리를 밝혔다고 16일 밝혔다. 연구 결과는 이날 국제 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에 게재됐다.

연구진은 지금까지 뇌가 사람의 식욕과 신체 활동을 어떻게 조절하는지 연구해 왔다. 2016년에는 ABHD6라는 효소를 억제하면 체중 감소와 당뇨병 예방에 효과가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연구진은 이번 연구를 통해 ABHD6 효소가 체중에 관여하는 과정을 알아보고자 했다.

이번 연구에 따르면, 체중 조절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뇌의 부위는 측좌핵이었다. 측좌핵은 음식을 먹을 때 느끼는 즐거움이나 운동에 대한 의욕을 조절하는 부위다. 이 부위에서 ABHD6 효소가 엔도칸나비노이드 분자인 2-아라키도노일글리세롤(2-AG)을 분해하는데, 이 과정이 억제되면 억제될수록 체중이 감소했다. 엔도칸나비노이드는 뇌와 몸에서 자연적으로 생성되는 물질로, 식욕, 기분, 운동 의욕 등 다양한 생리적 과정을 조절한다.

연구진은 ABHD6 효소를 억제했을 때 어떤 변화가 일어나는지 살피는 동물 실험을 진행했다. 그 결과, ABHD6 효소 유전자가 억제된 쥐들은 식욕이 줄어들고, 쳇바퀴에서 더 활발히 움직였다. 반면 효소 유전자가 정상적으로 작동한 쥐들은 과식을 하고 비만이 됐다. 또 고지방 음식을 먹는 쥐에게 ABHD6 억제제를 주입해 체중 증가를 막을 수 있었다.

특히 ABHD6 억제 효과는 뇌의 특정 부위에 따라 다르게 나타났다. 과거 연구에서 시상하부라는 뇌 부위에서 이 효소를 차단했을 때는 체중 감소가 어려웠지만, 이번 연구에서 뇌 전체에서 ABHD6 효소를 억제했을 때 체중 증가를 효과적으로 막을 수 있다는 점이 확인됐다.

이번 연구는 기존 비만 치료제의 문제점을 해결할 가능성을 보여준다. 과거 칸나비노이드를 기반으로 한 비만 치료제 ‘리모나반트’는 체중 감소 효과는 있었지만, 불안, 우울증, 자살 충동 같은 심각한 부작용으로 시장에서 철회된 바 있다. 그러나 ABHD6 억제제를 사용한 쥐들은 불안이나 우울 같은 부작용이 전혀 나타나지 않았다.

연구진은 “이번 연구 결과가 비만과 당뇨병 같은 질환 치료에 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며 “쥐에서 나타난 결과가 사람에게도 똑같이 나타날지 확인하는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참고 자료

Nature Communications(2024), DOI: https://doi.org/10.1038/s41467-024-54819-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