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물학 교과서는 신경세포(뉴런)가 손바닥 모양의 수상돌기와 다른 세포들과 정보를 교환하기 위한 팔 모양의 축삭으로 구성된다고 설명한다. 미국 과학자들이 100년 넘게 정설로 굳은 신경세포 모양을 뒤집는 연구 결과를 내놨다.
미국 존스홉킨스대 의대 연구진은 2일 포유류의 뇌세포 축삭의 구조가 진주를 엮은 목걸이 형태일 가능성을 제기했다. 연구 결과는 이날 국제 학술지 ‘네이처(Nature) 신경과학’에 게재됐다.
인간 머리카락 두께의 100분의 1 크기인 축삭은 100년 넘게 지름이 일정한 원통 형태로 묘사됐다. 간혹 신경 전달 물질을 보관하는 거품 모양의 돌기가 관찰되긴 했으나, 일반적이지 않다고 여겨졌다.
연구진은 고압 동결 전자현미경을 사용해 신경세포의 모양을 다시 확인했다. 고압 동결 전자현미경은 세포를 빠르게 얼려 원래 형태를 보존한 상태에서 구조를 더 정확하게 볼 수 있는 기술이다. 와타나베 시게키 존스홉킨스대 의대 교수는 “포도로 비유하면 기존 전자현미경으로 관찰하던 시료는 건포도를 본 셈이고, 고압 동결 전자현미경으로 보는 시료는 포도의 원형이라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실험실에서 배양한 쥐 신경세포, 쥐의 성체에서 채취한 신경세포, 쥐 배아에서 얻은 신경세포의 축삭을 각각 관찰했다. 다양한 유형의 신경 세포에서 축삭이 원통형 구조가 아닌 진주가 엮인 모양과 비슷한 것을 발견했다.
연구진은 수학적 모델링을 통해 축삭의 진주 모양이 뇌 신호 전달에 미치는 영향을 탐구했다. 축삭의 당 농도를 높이거나 축삭 막의 장력을 줄이는 실험에서 진주 구조의 크기가 줄어드는 현상이 관찰됐다. 특히 축삭 막에서 콜레스테롤을 제거해 유연하게 만들면, 진주 구조가 줄어들면서 전기 신호 전달 능력도 떨어졌다.
반대로 축삭에 전기 신호를 주면 목걸이를 이루는 진주 구조는 평균 8% 길어지고, 17% 더 넓어졌다. 동시에 신호 전달 속도가 증가했다. 연구진은 “축삭의 진주 구조가 커지면 커질수록 신호를 전달하기 위한 이온이 더 빨리 통과할 수 있다”며 “축삭의 형태를 바꿔 신호 전달의 효율성을 조절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와타나베 교수는 “축삭의 구조를 이해하는 것은 뇌세포의 신호 전달을 이해하는 데 중요하다”며 “뇌 조직을 연결해 학습, 기억 등의 기능을 가능하게 하는 케이블과 같은 축삭의 진정한 모습을 발견했다”고 말했다.
앞서 파킨슨병과 같은 퇴행성 뇌 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의 뇌에서도 진주목걸이 같은 모양의 축삭 구조가 관찰된 바 있다. 당시 이 구조가 병에 걸리면서 생긴 변화로 여겨졌으나, 이번 연구를 통해 건강한 신경세포에서도 진주목걸이 형태의 축삭이 나타날 수 있다고 확인됐다.
연구진은 뇌 수술을 받거나 신경퇴행성 질환으로 사망한 사람의 뇌 조직을 활용해 추가 연구를 진행하고, 축삭 구조와 뇌 질환의 연관성을 살필 계획이다. 와타나베 교수는 “이번 연구가 축삭의 구조와 기능에 대한 100년의 통념을 뒤집는 새로운 시각을 제공했다”며 “뇌 질환 연구의 새로운 지평을 열 것”이라 했다.
참고 자료
Nature Neuroscience(2024), DOI: https://doi.org/10.1038/s41593-024-0181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