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이 도입되면서 30년 전에는 상상하지 못했던 변화가 벌어지고 있습니다. 문제는 20세기의 틀로 21세기를 살고 있다는 것입니다.”
염재호 국가AI위원회 부위원장은 산업통상자원 R&D 전략기획단(OSP)이 28일 오후 2시 서울 마포구에서 개최한 콜로키엄 ‘인공지능(AI), 미래를 위한 동행’ 기조 강연에서 이렇게 말했다. 그는 “많은 질병을 AI로 진단할 수 있는 것처럼 AI가 대체할 수 있는 직업들이 많다”며 “업무 구조도 바뀌고 있는 만큼 새로운 사회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번 행사는 한국이 AI 강국이 되려면 어떤 노력이 필요한지 논의하기 위해 마련됐다. 토크 콘서트 좌장을 맡은 오동훈 OSP 성과확산MD는 “다른 나라에 비하면 한국의 AI 투자액은 적고, 산업 활용 부분은 특히 더 적다. AI 활용을 늘려 부가가치 산업을 창출하기 위해서는 포트폴리오를 어떻게 수정할지 방법을 찾아야 한다”며 화두를 던졌다.
이에 윤성호 마키나락스 대표는 AI 도입이 구체적인 성과로 이어지려면 작은 성공 사례를 축적해야 한다고 봤다. 그는 “기업 곳곳이 AI를 도입한다고 추진하지만, 실제로 AI를 통해 수익을 얼마나 낼 수 있는지 물으면 답을 못 하는 경우가 많다”며 “제조업 분야에서 고객 주문서를 표준화하는 것과 같은 작은 분야부터 AI를 도입한다면 널리 확산할 수 있을 것”이라 말했다.
황희 카카오헬스케어 대표는 AI 도입을 지원하는 외국의 사례를 언급하며, 한국에서도 지속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황 대표는 “영국, 일본의 경우 AI를 도입하는 기업들에 꾸준히 지원을 확대하고 있다”며 “기업들이 AI를 도입한 이후에도 AI 활용 범위를 확장하도록 돕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했다.
AI에 대한 거부감을 줄이는 것이 중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김병필 한국과학기술원(KAIST) 교수는 “MS에서 사용자의 PC 활동을 기록하는 ‘리콜’ 기능을 공개했을 때, 기능의 안전성과 신뢰성 문제로 논란이 일었다”며 “AI 도입 초기에는 거부감이 생기기 마련이지만, AI가 삶에 실질적인 도움을 준다는 인식을 심어야 수용도가 높아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경전 경희대 교수는 대학이나 기관, 기업이 가진 데이터를 적극 활용할 수 있는 ‘연합학습’ 시스템을 도입해야 한다고 봤다. 연합학습은 데이터를 중앙 서버에 직접 모으지 않고, 여러 개의 분산된 디바이스나 서버에서 각각 데이터를 학습시키고, 학습된 결과만 공유하는 방식이다. 의료 데이터처럼 민감한 데이터를 다루는 분야에서 주목받고 있다.
이 교수는 “데이터 바우처, 스마트 팩토리 등 사업이 다양하게 있지만, 모두 자잘하게 파편화되어 있어 효율이 떨어진다”며 “여러 기업이 각자의 데이터를 가지고 AI를 학습시키는 연합 학습을 도입하면 데이터 가치를 유지하면서도 성과를 낼 수 있다. 결과적으로는 각 기업의 데이터를 안전하게 저장할 수 있는 ‘데이터뱅크’ 제도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