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반변성은 황반에 이상이 생겨 시력이 감소하고 사물이 왜곡돼 보이는 질환으로, 65세 이상 노인층에서 가장 흔한 실명의 원인이다. 전체 황반변성 환자의 90%는 건성 황반변성으로 시력 손상 정도는 경미하나, 이 중 약 30%는 10년 이내에 심각한 시력 손상을 동반하는 습성 황반변성으로 진행된다. 건성 황반변성 치료제는 지난해 최초로 미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은 주사제 두 종류가 전부지만, 시력 회복에 대한 효과가 기대만큼 크지 않고 안구 주사에 따른 합병증도 일어날 수 있다.
서문형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천연물신약사업단 선임연구원 연구진은 점안 투여가 가능한 새로운 건성 황반변성 치료 물질을 개발했다고 28일 밝혔다. 이번 연구 성과는 국제 학술지 ‘어드밴스드 사이언스(Advanced Science)’에 지난 10월 게재됐으며, 표지논문(Inside back cover)으로도 선정됐다.
안구점안제는 안과 의약품 시장에서 가장 선호되는 약물 전달 형태다. 하지만 안구 후방의 망막에 문제가 발생하는 건성 황반변성 치료를 위한 점안제 개발은 특히 어려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연구진은 기존 주사제 중심의 치료 방식을 개선하고자 황반변성의 주요 발병 원인으로 알려진 톨유사수용체(Toll-like receptor, TLR)의 염증 신호에 주목했다. 톨유사수용체는 세균이나 바이러스와 같은 감염균의 침입을 인지해 체내에서 선천성 면역반응을 유도하는 세포막 수용체 단백질이다.
먼저 자연계에 존재하는 톨유사수용체 신호전달 단백질과 구조가 유사한 단백질 수만 개로부터 펩타이드 서열을 추출해 19만 개 이상의 방대한 펩타이드 약물 라이브러리를 구축했다. 펩타이드는 단백질을 이루는 아미노산의 짧은 사슬이다. 이후 신호전달 단백질에만 특이적으로 결합할 수 있는 펩타이드를 빠르게 탐색해 톨유사수용체의 신호전달 단백질 간의 상호작용을 억제하는 후보 물질을 발굴하는 데 성공했다.
연구진은 후보 물질을 건성 황반변성이 유도된 쥐의 눈에 점안 투여해 치료 효과를 검증했다. 후보 물질이 처리된 그룹은 정상 쥐와 유사한 수준으로 망막 변형이 현저히 감소했다.
이번에 개발한 치료제는 점안제 형태이기 때문에 환자들에게 치료의 편의성과 순응도를 높이며 반복적인 침습적 치료로 인한 부작용과 비용 부담을 줄일 수 있다. 환자들에게 비침습적이고 안전한 치료 옵션을 제공해 치료 효과와 환자 만족도를 동시에 높일 수도 있다. 연구진은 “노인성 황반변성뿐만 아니라 관련 안과 질환의 치료 접근성을 획기적으로 개선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서문형 선임연구원은 “임무 중심 연구를 위해 9월에 출범한 KIST 천연물신약사업단은 노인성 질환, 특히 암과 안과 질환 치료를 위한 글로벌 신약 개발을 목표로 한다”며 “건성 황반변성 혁신 신약의 글로벌 임상시험 추진을 위해 국내외 제약사와 협력 연구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참고 자료
Advanced Science(2024), DOI: https://doi.org/10.1002/advs.2024060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