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하버드대와 서울대, 강원대를 포함한 국제 연구진이 제왕절개 출산이 신생아의 유전적 특성을 일시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지만, 이러한 영향은 시간이 지나면서 사라진다고 밝혔다./pixabay

자연분만은 산모가 출산 직후 빠르게 회복할 수 있고, 아기의 초기 면역 체계를 강화할 수 있다는 장점으로 제왕절개보다 더 나은 출산 방식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최근 연구에서 두 출산 방식이 아기의 유전적 특성에 미치는 장기적 영향에는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하버드대와 서울대, 강원대를 포함한 국제 연구진은 제왕절개 출산이 신생아의 유전적 특성을 일시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지만, 이러한 영향은 시간이 지나면서 사라진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스(Science Advances)’에 28일 게재됐다.

제왕절개는 산모의 배와 자궁의 앞 벽을 절개한 후 태아를 분만하는 수술로, 출산 과정에서 산모와 아기의 위험을 줄일 수 있다. 하지만 제왕절개로 태어난 아기는 자연분만을 통해 태어난 아기와는 다른 미생물 환경과 호르몬 변화에 노출될 수 있다. 일부 연구에서는 이러한 차이가 대사나 면역, 신경 발달 장애의 위험을 높일 수 있다는 결과를 제시했다.

연구진은 제왕절개 출산의 영향을 명확히 규명하기 위해 대규모 데이터를 살폈다. 신생아 9833명과 소아 2429명의 제대혈(탯줄 혈액)과 혈액을 분석한 결과, 제왕절개로 태어난 신생아는 특정 DNA 메틸화 비율에서 자연분만 신생아와 차이를 보였다. DNA 메틸화는 DNA에 메틸기가 결합해 유전자의 활동을 조절하는 메커니즘으로, 신경 발달, 면역 체계, 대사 과정과 관련된 유전자를 켜거나 끄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특히 제왕절개로 태어난 신생아의 DNA 메틸화 비율은 자연분만 신생아보다 0.4%에서 0.7% 더 높았다. 증가한 DNA 메틸화 중 일부는 자가면역과 관련된 유전자를 활성화할 가능성이 있었다. 면역 세포가 자신의 몸을 공격하는 ‘자가면역 질환’의 위험을 높일 수 있다는 의미다.

이러한 DNA 메틸화 차이는 6~10세로 접어들면서 사라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6~10세 소아의 혈액 샘플에서는 제왕절개와 DNA 메틸화 사이에서 유의미한 연관성이 관찰되지 않은 것이다. 제왕절개로 태어난 신생아는 특정 면역 세포 비율이 자연분만 신생아와 달랐으나, 이 차이 역시 성장하면서 줄어들었다.

연구진은 “이번 연구는 분만 방식과 DNA 메틸화의 연관성을 살핀 대규모 연구”라며 “출생 당시 관찰된 DNA 메틸화 차이가 시간이 지나면서 사라졌다. 따라서 출산 방식이 유전자 발현에 미치는 장기적 영향은 크지 않다”고 결론 내렸다.

다만 연구진은 “연구에 사용한 데이터가 주로 서양 인구에 치우쳐 있고, 장내 미생물이나 면역 조직에서의 변화를 다루지 못했다”며 “제왕절개의 건강 영향에 대해 더 폭넓게 이해하기 위해 다양한 인구를 대상으로 한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참고 자료

Science Advances(2024), DOI: https://doi.org/10.1126/sciadv.adr208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