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학기술원(KAIST) 연구진이 개발한 액시온 검출용 공진기(맨 오른쪽). 액시온의 탐지 범위와 정밀도를 높였다./한국과학기술원

국내 연구진이 우주의 형성과 진화 과정의 비밀을 풀 실험 방법을 고안했다. 100년 전 개념적으로 제시됐으나, 아직도 그 정체를 모르는 암흑물질을 찾는데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야니스 세메르치디스 한국과학기술원(KAIST) 물리학과 교수(기초과학연구원(IBS) 액시온 및 극한상호작용 연구단 단장)이 이끄는 연구진은 암흑물질 후보 중 하나인 액시온의 탐색 범위를 넓힐 방법을 찾았다고 25일 밝혔다.

암흑물질은 질량은 있으나 관측은 불가능한 미지의 물질이다. 과학자들은 우주에서 우리가 관측할 수 있는 물질은 4%에 불과하고 69%는 암흑에너지라고 본다. 나머지 27%는 빛을 내지 않으면서 물체를 끌어당기는 암흑물질로 불린다. 암흑물질의 정체를 찾으면 우주의 구조와 진화에 대한 비밀을 밝힐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액시온은 중성미자, 윔프(WIMPs)와 함께 암흑물질의 강력한 후보 물질로 꼽힌다. 액시온은 입자 사이의 강한 상호작용에서 일어나는 현상의 이론과 실험의 차이를 해결하기 위해 제안된 가상의 입자다. 물리학자들은 우주가 만들어질 당시 물질과 반물질이 같은 양으로 생성됐다고 추정하고 있으나, 현재 우주에는 물질이 반물질보다 압도적으로 많다. 이를 설명하는 이론이 강한 상호작용으로, 액시온의 존재를 찾는다면 암흑물질의 정체와 함께 우주 형성 과정을 알 수 있는 단초가 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연구진은 회전 운동을 2차원(D) 팽창·수축 운동으로 바꾸는 메타물질을 개발해 액시온의 탐지 범위를 넓히는 데 성공했다. 물리학자들은 액시온이 특정 주파수와 공진할 것으로 보고 액시온이 상호작용하는 주파수 영역을 찾고 있으나, 정밀하게 탐색할 수 있는 주파수 영역에 한계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연구진이 개발한 메타물질은 종이접기를 응용한 ‘키리가미(kirigami)’ 방식으로 만들어졌다. 한쪽 면에 팽창하거나 수축하는 힘이 가해지면 다른 면도 함께 팽창·수축한다. 이 같은 특성을 이용해 물질이 회전할 때 구조 전체가 팽창하거나 수축한다. 1D 움직임을 복잡한 2D 움직임으로 확장할 수 있다. 종이접기는 영어로 ‘오리가미(origami)’라고 한다. 일본어로 ‘접다(오리)’와 ‘종이(가미)’를 합친 말이다. 키리가미는 오리가미의 변형으로, 종이를 자르고 접는 방식으로 입체를 만든다.

일반적인 물질은 고무처럼 세로로 늘리면 가로 방향으로는 수축하며 길이가 줄어든다. 하지만 연구진이 개발한 메타물질은 세로로 늘리면 동시에 가로 방향으로도 길이가 늘어나는 특성을 갖는다. 연구진은 이 같은 물질을 육각형으로 배열해 특정 주파수에서 나타나는 공명을 강하게 해 신호 감도를 높이는 데 성공했다.

연구진은 이번에 개발한 메타물질을 이용해 공진기의 주파수를 조정해 액시온 검출 실험을 했다. 그 결과, 탐지 주파수는 5.2㎓로 높였으며, 민감도는 두 배로 개선했다. 또 극저온과 강한 자기장 환경에서도 정밀한 측정이 가능해 고주파 영역에서 액시온의 탐색에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이번 연구를 이끈 정준우 IBS 박사 후 연구원은 “궁극적으로 액시온 암흑 물질의 비밀을 풀기 위해 보다 포괄적이고 효과적인 탐색 전략의 돌파구를 마련했다”고 말했다.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피지컬 리뷰 레터스’에 지난 22일 소개됐다.

참고 자료

Physical Review Letters(2024), DOI: https://doi.org/10.1103/PhysRevLett.133.2118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