덴마크 코펜하겐대 노보 노디스크재단 기초대사연구센터(CBMR) 연구진이 기존 비만 치료제의 한계를 넘어서는 신약 후보 물질을 발견했다고 14일 밝혔다./뉴스1

‘꿈의 비만 치료제’인 위고비(성분명 세마글루타이드)를 이을 차세대 후보물질이 개발됐다. 덴마크 제약사 노보 노디스크의 위고비는 체중 감량 효과가 탁월하지만 메스꺼움이나 구토, 근육 감소 같은 부작용이 있었다. 노보 노디스크가 후원한 연구로 개발된 이번 후보물질은 그런 문제가 없어 상용화에 성공하면 위고비의 승계자가 될 수 있다.

덴마크 코펜하겐대 노보 노디스크재단 기초대사연구센터(CBMR) 연구진은 14일 국제 학술지 ‘네이처(Nature)’에 “위고비와 다른 곳을 공략해 기존 비만 치료제의 한계를 넘어서는 비만 치료제 후보물질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위고비나 미국 일라이 릴리의 마운자로(티르제파타이드) 모두 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GLP)-1 호르몬을 모방한 비만 치료제다. GLP-1은 음식을 먹으면 위나 소장에서 분비되는 호르몬으로, 식사 후 포만감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를 모방한 성분 역시 내를 위에서 음식물을 소화하는 속도를 늦춰 포만감을 느끼고 식욕을 억제해 체중을 감량하는 효과를 낸다.

하지만 GLP-1 유사체 약물들은 메스꺼움이나 구토, 근육량 감소와 같은 부작용으로 장기 복용이 어렵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비만과 제2형 당뇨를 동시에 앓는 환자는 체중 감소 효과가 떨어진다는 보고도 있었다. 현재 비만과 제2형 당뇨를 모두 앓는 환자는 전 세계 3억8000만명에 달한다.

연구진은 유전자를 분석해 이런 문제 없이 식욕을 억제하는 신약 후보물질을 발견했다. 이 물질은 ‘뉴로키닌 2 수용체(NK2R)’를 활성화한다. 연구진은 실험동물에 신약 후보물질을 투여하자 식욕이 자연스럽게 억제되면서 열량 소모가 증가하는 것을 확인했다.

체중은 섭취하는 에너지와 소비하는 에너지의 균형에 따라 결정된다. 따라서 덜 먹으면서 에너지를 더 태우면 체중이 줄어든다. 잭 게르하트-하인스 코펜하겐대 교수는 “GLP-1 기반 치료법이 혁명을 일으켰지만, 안전하게 에너지를 소모하면서도 메스꺼움 없이 식욕을 조절하는 건 성배로 남아있었다”고 설명했다.

당뇨와 비만을 동시에 치료하는 효과도 확인했다. 연구진이 제2형 당뇨와 비만을 동시에 가진 영장류에 투여하자 인슐린에 잘 반응해 당뇨병 위험이 줄고, 체중과 혈당, 중성 지방이 모두 감소했다.

연구진은 “약물 개발에서 큰 장애물 중 하나는 생쥐에서 확인한 효과를 인간에서도 재현하는 것”이라며 “NK2R 작용제의 효과를 영장류에서도 확인한 것이 인간 대상 임상시험으로 전환을 향한 큰 진전”이라고 밝혔다.

연구진은 이번 발견이 차세대 비만 치료제를 개발하는 데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했다. 이번 후보물질은 노보 노디스크가 연구를 후원했다는 점에서 위고비의 뒤를 이을 전망은 밝다. 이번에 새로운 비만 치료제 후보물질을 발굴한 노보 노디스크재단 기초대사연구센터는 심장대사 건강과 질병에 대한 기초 연구를 추진하기 위해 회사가 지원해 설립된 기관이다. 지난해 노보 노디스크는 올해부터 2028년까지 기초대사연구센터에 10억 크로네(약 1270억원)를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참고 자료

Nature(2024), DOI: https://doi.org/10.1038/s41586-024-08207-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