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는 비를 맞거나 물에 젖으면 몸을 흔들어 물을 털어낸다. 종종 물기가 없는 상태에서도 흙이나 기생충을 제거하기 위해 몸을 털기도 하는데, 미국 연구진이 이 행동에 얽힌 과학 원리를 밝혔다.
미국 하버드대 의대 연구진은 털 많은 포유류가 몸을 빠르게 흔들어 물을 털어내는 행동을 일으키는 신경세포 경로를 찾았다고 8일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Science)’에 발표했다. 이번 결과는 사이언스 표지에 몸을 흔들어 물을 터는 곰 사진으로 소개됐다.
몸을 터는 반사작용은 개와 쥐, 고양이, 다람쥐부터 곰까지 털이 많은 포유류에서 포착된다. 주로 목과 등처럼 손발이 닿지 않는 부위에 묻은 물이나 기생충, 흙을 제거하기 위해 몸을 흔든다.
연구진은 털 밑의 모낭을 감싸는 수용체인 C-LTMRs가 동물의 몸 털기 행동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을 밝혔다. 인간의 C-LTMRs 수용체는 껴안기나 쓰다듬기와 같이 기분을 좋게 하는 촉감과 관련이 있다. 동물은 피부에 이물질이 있어 털이 구부러지면 C-LTMRs 수용체가 활성화됐다.
연구진은 광유전학(光遺傳學, optogenetics) 기술을 이용한 생쥐 실험으로 C-LTMRs 수용체의 역할을 확인했다. 광유전학은 빛 신호를 받으면 작동하도록 유전자를 변형하는 방법이다. 먼저 일반적인 생쥐의 목 뒤에 해바라기 기름방울을 떨어뜨리자, 대부분이 10초 이내에 몸을 흔들어 기름을 털어냈다. 하지만 빛으로 C-LTMRs 수용체 유전자를 작동하지 못하게 하자 기름방울을 맞은 뒤에도 몸 털기 행동이 50% 정도 감소했다.
추가 실험을 통해 C-LTMRs 수용체는 촉각을 처리하는 뇌의 부완핵이라는 영역과 연결된다는 점도 밝혔다. 실제로 부완핵의 활동이 차단된 쥐들도 대조군에 비해 몸 털기 행동이 줄었다.
연구진은 이번 연구가 질병 치료에 단서를 제공했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C-LTMRs 수용체와 관련된 메커니즘이 고양이가 갑자기 피부를 움찔하거나 급성 피부 경련이나 인간의 피부 과민증과 같은 질환과 관련될 수 있다”며 “이 부분을 밝힐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연구에 참여하지 않은 토마스 크노펠 홍콩 침례대 교수는 “이번 연구는 뇌가 움직임을 제어하기 위해 명령을 보내는 방식을 연구하기 위한 좋은 출발점”이라며 “몸 털기 행동은 환각제에 의해서도 유발되는데, 이를 이해할 수 있는 실마리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참고 자료
Science(2024), DOI: https://doi.org/10.1126/science.adq88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