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스탠퍼드대 의대가 이끈 국제 연구진이 작은 원형 형태의 염색체 외 DNA(ecDNA)에 관련한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ecDNA가 세포 분열 이후 계속 축적되면(왼쪽) 암이 더 악화됐다./미 스탠퍼드대

암이 주류 유전물질인 염색체의 디옥시리보핵산(DNA)이 아니라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고 여겼던 ‘염색체 외 DNA(ecDNA)’에 유발되는 것으로 밝혔다. 염색체는 세포핵에서 DNA 가닥들이 실패 역할을 하는 단백질에 감겨 있는 형태다. 95%가 물이어서 잘 보이지 않지만, 염색은 잘된다고 이 같은 이름이 붙었다. 실패에서 풀려 돌아다니는 조각 DNA가 암의 주요 원인이라는 말이다.

미국 스탠퍼드대 의대가 이끈 국제 공동 연구진은 약 1만5000명의 암 환자 데이터를 분석해 ecDNA와 암이 나중에 어떤 결과를 보이는지 상관관계를 살핀 결과를 발표했다. 이를 바탕으로 ecDNA 차단하는 방식의 새로운 암 치료법도 제안했다. 연구 결과는 7일 국제 학술지 ‘네이처(Nature)’에 3편의 논문으로 게재됐다.

이전 연구에서도 작은 원형 형태의 ecDNA에 암이나 면역 관련 유전자가 있다고 밝혀진 바 있다. 하지만 전체 종양 시료 중 약 2%만 의미 있는 양의 ecDNA를 갖고 있다는 통계가 나오면서 ecDNA에 대한 관심은 사그라들었다.

이번 연구진은 ecDNA의 역할을 다시 살피기 위해 39가지 암 환자 1만4778명의 유전자 데이터를 분석하는 대규모 연구를 진행했다. 그 결과 암세포 시료의 17.1%에서 ecDNA를 발견했다. 특히 암이 악화돼 표적 치료와 화학요법을 받은 환자는 ecDNA가 더 흔히 나타났다.

염색체 밖에 있는 DNA가 암을 더 독하게 만들었다는 의미다. 실제로 ecDNA는 높은 치료 저항성이나 낮은 생존율과도 관련이 있었다. 일부 ecDNA는 다른 ecDNA와 상호작용하며 암유전자를 발현하는 역할도 했다.

폴 미셸 스탠퍼드대 교수는 “이 연구는 데이터 수집과 분석의 산물”이라며 “어떤 암 환자가 ecDNA의 영향을 받는지, ecDNA에서 어떤 유전자나 서열이 발견되는지에 대한 중요한 교훈을 얻었다”고 설명했다.

ecDNA는 세포가 분열할 때 무작위로 분리됐다. 세포 분열 후 일부 새로운 세포는 ecDNA를 많이 가지고 있지만, 다른 세포들은 ecDNA가 아예 없기도 했다. 하지만 모세포에서 딸세포로, 반복적으로 유전되는 ecDNA 조합이 있었다. 연구진은 이러한 경우를 ‘잭팟(jackpot·대성공)’ 사건이라고 표현하며 “유리한 ecDNA 조합이 전달되면서 약물에 대한 내성을 발달시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결과를 바탕으로 연구진은 ecDNA를 표적으로 한 치료법을 제안했다. 연구 결과, 세포 분열 시 DNA를 복제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단백질 ‘CHK1′을 차단하면 ecDNA를 포함한 암세포의 성장을 억제할 수 있었다. 이를 활용해 종양이 있는 생쥐에 CHK1을 억제하는 약물을 투여해 종양의 크기를 줄이는 데 성공했다. 현재 연구진은 일부 암 환자를 대상으로 임상시험을 진행하고 있다.

미셸 교수는 “이번 연구는 암 발생과 진화에 대한 완전히 새로운 이해를 제시한다”며 “ecDNA의 역할을 심층적으로 연구해 암 환자에게 실질적인 혜택을 줄 수 있는 치료법을 개발해 나갈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참고 자료

Nature(2024), DOI: https://doi.org/10.1038/s41586-024-08107-3

Nature(2024), DOI: https://doi.org/10.1038/s41586-024-07861-8

Nature(2024), DOI: https://doi.org/10.1038/s41586-024-078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