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분자는 유연성과 경량성으로 웨어러블(wearable·착용형) 전자기기에서 각광받았지만, 낮은 전기적 전도성이 단점으로 꼽혀왔다. 전도성을 높이려고 다양한 연구가 진행됐지만, 유해한 용매를 사용해야 하거나 극한 환경에서 성능이 떨어지는 등 기술적인 한계가 있었다. 국내 연구진이 기존 고분자 전도체가 가진 한계를 극복할 새로운 소재를 개발했다.
장지수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전자재료연구센터 선임연구원은 밍지앙 종 미국 예일대 교수와 공동으로 이온-전자 혼합 전도체 기반의 고분자를 합성하는 방법을 찾았다고 7일 밝혔다. 연구 결과는 에너지 재료 분야의 국제 학술지 ‘어드밴스드 펑셔널 머티리얼즈(Advanced Functional Materials)’에 지난 6월 게재됐다.
연구진은 기존 고분자 전도체의 한계를 해결하기 위해 음이온과 양이온을 고분자 구조에 도입했다. 기존 전도성 고분자는 주로 독성 용매를 사용해야 녹일 수 있었지만, 새로 개발한 고분자는 친환경 용매에도 쉽게 녹으면서도 전도성과 안정성이 높았다.
특히 연구진이 개발한 전도성 고분자 ‘N-PBTBDTT’는 질소 이산화물과 같은 유해 가스를 감지하는 데 있어 높은 민감도를 보였다. 질소 이산화물을 감지하는 민감도는 189%에 달했고, 매우 낮은 농도인 2ppb(10억분율을 나타내는 단위)도 검출할 수 있었다.
연구진은 “고분자는 80%의 높은 습도와 200도에 이르는 고온 환경에서도 뛰어난 내구성을 보인다”며 “웨어러블 기기나 휴대용 전자기기, 산업용 센서, 나아가 극한 환경에서도 작동할 수 있는 전자 장치에 넓게 응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KIST 장지수 선임연구원은 “이번 연구에서 개발한 센서는 단순한 화학 센서를 넘어 다양한 응용 분야에서 혁신적인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제1 저자로 참여한 이준우 아주대 교수와 신준철 연세대 연구교수는 “특히 화재 현장에서 유해 가스 감지가 필요한 소방관, 전시 상황에서 화학 무기 노출된 군인 등 극한 환경에서 활동하는 종사자들의 생명을 지킬 수 있는 소재로 활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참고 자료
Advanced Functional Materials(2024), DOI: https://doi.org/10.1002/adfm.2024081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