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스탄틴 노보셀로프 싱가포르국립대 교수가 6일 오후 서울 동대문구 경희대 캠퍼스에서 열린 양자물질글로벌연구센터 개소식에서 발표하고 있다./경희대

“지금은 양자 시대입니다. 양자와 관련한 새로운 현상을 찾고 새로운 물질을 찾는 것이 중요한데, 한국에서 그 여정을 시작할 수 있어 기쁩니다.”

그래핀 연구로 2010년 노벨 물리학상을 받은 콘스탄틴 노보셀로프 싱가포르국립대 교수가 경희대에서 양자 물질 연구를 이끈다. 노보셀로프 교수는 6일 오후 서울 동대문구 경희대 캠퍼스에서 열린 양자물질글로벌연구센터 개소식에서 “양자 물질은 미래 기술에 큰 역할을 할 것”이라며 “여러분(학생)이 연구에 함께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노보셀로프 교수는 20년 전에 영국 맨체스터대에서 안드레 가임 교수와 투명 테이프를 탄소로 구성된 흑연에 붙였다 떼내는 방법으로 그래핀을 분리하는 데 성공했다. 탄소 원자들이 벌집처럼 육각형으로 연결된 판형 물질인 그래핀은 ‘꿈의 신소재’로 불린다. 그래핀은 구리보다 100배 많은 전류를 흘러가게 하며 강도는 강철의 200배다. 빛이 98% 통과할 정도로 투명하고 열 전도성도 높다.

여러 차례 한국을 방문한 친한파 교수이기도 한 노보셀로프 교수는 이번 달부터 아예 경희대 양자물질글로벌연구센터장을 맡았다. 양자물질과 양자소자, 양자 측정 플랫폼을 아우르는 공동 연구를 주도할 예정이다.

노보셀로프 교수는 기념 강연에서 최신 그래핀 연구와 앞으로의 연구 계획에 대해 발표했다. 그는 “그래핀은 탄소 원자가 육각형 형태로 배열된 간단한 2차원 소재이지만 일반적인 물질에서는 볼 수 없는 특성들을 보인다”며 “지금까지 스포츠 기구, 의류부터 에너지, 배터리 분야에서 복합 재료로 쓰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에는 탄소뿐 아니라 다양한 성분으로 이뤄진 그래핀 형태의 물질을 연구하고 있다. 노보셀로프 교수는 “다른 성분으로 이뤄진 그래핀을 활용해 또 다른 2차원 물질을 수천 가지 만들 수 있을 거라 본다”며 “이런 물질을 섞고, 또 쌓아 또 다른 물질을 만들 수 있는 만큼 한계가 없다”고 했다.

영화 ‘터미네이터 2′에서 나오는 로봇처럼 미래 소재를 만들기에는 아직 넘어야 할 산이 있다. 노보셀로프 교수는 “지금 나오는 로봇이나 전자제품을 보면 각각의 부품을 조립해야만 기능하는 형태로, 부품 각각이 자체적으로 기능하지는 않는다”며 “단백질과 같은 생물학적 시스템은 그 자체만으로도 작동하듯 그래핀과 같은 물질로도 기능하도록 구현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이날 행사장에는 제2의 노보셀로프 교수를 꿈꾸는 학생들로 가득했다. 노보셀로프 교수는 ″저를 포함해 새로운 것을 찾아 헤매는 과학자들은 항상 실패를 경험한다”며 “실패를 통해서 학습하고, 이를 성공으로 전환할 수 있다. 관심 있는 분야가 있다면 계속 깊게 파길 바란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달성할 수 없다”고 조언하며 강연을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