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그린수소 생산에 필요한 촉매의 사용량과 비용을 줄이면서도 성능을 높이는 기술을 개발했다. 그린수소를 생산하려면 물을 전기분해하는 친환경적인 이리듐 촉매를 사용해야 하는데, 이리듐의 가격이 높아 상용화에 어려움이 있었다. 이번에 개발한 촉매를 활용하면 향후 수소 에너지 전환에 도움이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은 수소·연료전지연구단의 김명근·유성종 박사 연구팀이 내구성이 좋은 탄소 지지체를 도입해 이리듐 사용량을 촉매 사용량의 20분의 1 수준으로 줄인 수전해 촉매를 개발했다고 3일 밝혔다.

수소 생산 과정에서 가장 큰 비용을 차지하는 것은 물을 전기분해해 수소를 얻는 ‘수전해용 촉매’다. 수전해용 촉매로는 이리듐을 주로 사용하는데, 가격이 높아 상용화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여기에 이리듐은 남아프리카를 비롯한 특정 지역에서만 채굴되는 만큼 공급 불안정성이 높아, 이리듐 사용량을 줄인 촉매 개발이 절실했다.

연구팀은 이리듐 촉매의 사용량을 줄이기 위해 내구성이 좋은 탄소 지지체를 도입한 저이리듐 촉매를 개발했다. 기존의 탄소 지지체는 수전해 반응을 보이는 전압인 1.6~2.0V에서 쉽게 산화돼, 안정적인 지지체 개발이 과제였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연구팀이 물과 상호작용이 적은 소수성 탄소를 지지체로 적용한 결과, 이리듐 사용량을 줄이면서도 탄소 부식을 억제하는 것을 확인했다.

연구팀은 또, 저이리듐 촉매의 내구성을 높이기 위해 탄소 지지체 위에 셀레늄(Se)을 도입했다. 셀레늄으로 이리듐 표면에 얇은 수산화물 층을 만들어, 저이리듐 촉매가 수전해 반응 중 쉽게 변하거나 분리되는 문제를 해결했다.

연구팀이 개발한 저이리듐 촉매를 상용화된 수전해 설비에 적용한 결과, 이리듐 사용량을 기존의 20분의 1 수준인 0.05㎎/㎠로 줄이면서도 성능이 높아진 것을 확인했다. 단위면적당 0.05㎎의 이리듐을 도포한 막전극접합체(MEA)를 제작해 고분자 전해질막 수전해(PEMWE) 실험을 진행했을 때, 1.9V에서 3.18A/㎠의 전류밀도로 기존 상용 촉매(2.45A/㎠)보다 우수한 성능을 보였다.

이리듐 사용량을 크게 줄이면서도 성능과 내구성을 동시에 유지하는 촉매를 개발한 이번 연구 성과로 수소 생산 비용을 낮출 것으로 기대된다. 연구팀은 저이리듐 수전해 기술의 상용화를 위해 다양한 지지체 소재와 촉매 구조를 개발해 수소 생산 효율을 높이는 연구를 진행할 계획이다.

김명근 KIST 박사는 “저이리듐 촉매 구현을 위한 지지체 개발 및 촉매 성능 확보를 위한 전략을 함께 제시했다”라며 “대규모 촉매 합성 기술을 접목해 그린수소 생산 단가 낮추고 수소 사회로의 전환에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지원을 받아 KIST 주요사업과 나노소재기술개발사업 등으로 수행됐다. 이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인 ACS 에너지 레터스(ACS Energy Letters)에 지난 9월 실렸다.

참고 자료

ACS Energy Letters, DOI: https://doi.org/10.1021/acsenergylett.4c00884

이번 연구에 참여한 연구진. 왼쪽부터 김명근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수소·연료전지연구센터 박사, 유성종 책임연구원./KI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