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전화 배터리가 바닥 나도 걱정할 필요가 없다. 전원을 찾지 못해도 입고 있는 옷으로 휴대폰을 충전할 길이 열렸다. 한국과 스웨덴 과학자들이 체온을 이용해 전기를 생산하는 스웨터를 개발했다.
크리스티안 뮐러 스웨덴 찰머스 공대 교수와 황병일 중앙대 융합공학부 교수 공동 연구진은 온도 차를 전력으로 변환하는 섬유를 개발하고, 이를 스웨터에 장착해 체온으로 전기를 생산하는 데 성공했다고 1일 밝혔다. 연구 결과는 이날 국제 학술지 ‘어드밴스드 사이언스(Advanced Science)’에 게재됐다.
연구진은 누에고치 얻은 천연 단백질 섬유인 실크 실에 전기가 흐를 수 있는 전도성 플라스틱을 입혀 열전(熱電) 섬유를 개발했다. 열전 섬유는 사람의 체온과 주변 공기의 온도 차이를 활용해 전력을 생성한다. 연구진이 열전 섬유로 단추와 직물을 만들어 시험한 결과, 체온이 공기보다 섭씨 30도 높을 때 약 6㎷(밀리볼트, 전압을 나타내는 단위로 1000분의 1V)의 전압을 생성했다. 전압 변환기를 사용하면 휴대용 전자제품을 충전할 수 있는 양이다.
압전 실크 실은 플라스틱을 사용해 전기 전도성과 안정성이 뛰어났다. 최소 1년간 성능을 유지했고, 7번 세탁한 뒤에도 전도성의 3분의 2가 유지됐다. 마리아비토리아 크라이게로 찰머스공과대 박사과정 연구원은 “이 고분자는 유연하고 가벼우며, 액체나 고체 형태로 쉽게 가공할 수 있는 데다 무독성”이라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열전 섬유를 이용해 스웨터를 만들고, 옷에 장착된 체온, 움직임, 심박수 측정 센서에 전원을 공급하도록 설계했다. 그 결과, 배터리 없이 체온만으로도 건강 정보를 실시간 관측할 수 있었다. 다만 열전 섬유 소재를 손으로 만들고 직접 꿰매야 해서 제품을 제작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렸다. 연구진은 실크 실을 상용화하기 위해 성능을 개선하고, 자동화 생산 공정을 개발할 계획이다.
연구진은 “이번에 개발한 실이 상용화되면, USB(이동식 저장 장치)로 휴대용 전자기기를 충전하는 데에도 사용할 수 있을 것”이라며 “전자 제품에 흔히 사용되는 희토류 금속이 필요하지 않아 활용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 9월 한국과학기술원(KAIST), 국립한밭대, 한국기계연구원 공동 연구진은 지난 9월 차세대 유연 전자소자를 위한 혁신적인 ‘비스무트 텔루라이드 열전 섬유’를 발표했다. 실제로 구명조끼나 의류에 열전 섬유를 내장해 에너지를 수집하는 시연을 통해 상용화 가능성을 입증했다.
2014년 조병진 KAIST 전기 및 전자공학과 교수 연구진은 열전 소자로 쓰이는 비스무트 텔루라이드와 안티몬 텔룰라이드 가루를 유리섬유에 코팅해 열전 섬유를 만들었다. 해당 섬유로 만든 가로·세로 각각 10㎝ 크기의 직물은 온도 차가 20도일 때 약 40㎽(밀리와트, 전력의 기본 단위로 1000분의 1W) 전력을 생산했다. 전자제품에 들어가는 반도체 칩을 작동시킬 수 있는 수준이다.
참고 자료
Advanced Science(2024), DOI: https://doi.org/10.1002/advs.202406770
Advanced Materials(2024), DOI: https://doi.org/10.1002/adma.202408320
Energy & Environmental Science(2014), DOI: https://doi.org/10.1039/C4EE00242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