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라스베가스의 한 카지노의 모습.

뇌신경세포의 일부분을 조작하면 신경세포의 흥분성이 줄어들고 도박중독 행동을 조절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생리학교실 김정훈‧김화영 교수‧곽명지 연구원과 서울대학교 치의학대학원 생리학교실 최세영 교수‧최수정 연구원 연구팀은 대뇌 측좌핵(側坐核·뇌의 신경이 모여있는 곳)에서 발현하는 단백질을 인위적으로 조작해 가지돌기(신경세포에서 뻗어나온 나뭇가지 모양의 짧은 돌기) 가시의 모양을 바꾸면 위험 선택 행동의 변화를 유도할 수 있다고 28일 밝혔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프로그레스 인 뉴로바이올로지 최신호에 게재됐다.

중독 환자들은 부정적인 결과가 예상돼도 중독 원인 물질 혹은 대상을 얻기 위해 위험을 감수하는 경향이 있다. 연구팀은 이런 경향성을 뇌 신경세포 조작을 통해 조절할 수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실험쥐를 활용한 연구를 진행했다.

연구팀은 실험용 쥐를 도박성 게임 훈련을 통해 한 번에 얻는 보상의 크기는 작지만 최종적으로 더 많은 보상을 얻게 되는 선택지를 선택하는 ‘위험회피군’과, 한 번에 얻는 보상의 크기는 크지만 최종적으로 더 적은 보상을 얻게 되는 선택지를 선택하는 ‘위험추구군’으로 나눴다. 이들 쥐에서 대뇌 측좌핵의 전기생리적 성질을 측정한 결과 위험회피군에 비해 위험추구군의 세포흥분성이 떨어지는 것이 확인됐다.

연구팀은 위험회피군의 세포흥분성을 가라앉히기 위해 뇌 신경세포 내 가지돌기 가시의 성숙도를 조절하는 단백질을 투입했다. 그러자 위험회피군의 측좌핵 내 가지돌기 가시 중 일부가 작아지며 세포흥분성이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렇게 세포흥분성이 감소한 위험회피군 쥐들은 위험추구군 쥐처럼 도박성 게임을 찾는 모습을 보였다.

연구를 이끈 김정훈 교수는 “이번 연구는 가지돌기 형태를 인위적으로 조작하면 위험 선택 행동을 조절할 수 있다는 점을 규명한 것”이라며 “도박중독질환에 취약한 의사결정 장애의 뇌과학적 기전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