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우주정거장(ISS)에 도킹해 있는 보잉의 우주캡슐 스타라이너.

미국 항공우주업체 보잉이 부진에 빠져 있는 우주 사업 매각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5일 소식통을 인용해 보잉이 유인 우주선 ‘스타라이너’ 발사와 국제우주정거장(ISS) 지원 사업 등을 하는 우주 사업부의 매각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WSJ는 “이는 지난 8월 새로 취임한 켈리 오트버그 최고경영자(CEO)가 회사를 간소화하고 재정 손실을 막기 위해 추진하고 있는 전략의 일환”이라며 “보잉은 심각한 재정 위기에 직면해 있다”고 했다.

보잉은 인간을 달로 보내는 아폴로 계획에 기여하는 등 우주 사업의 선두주자였으나, 최근에는 제대로 된 성과를 내지 못했다. 미 항공우주국(NASA)은 2014년 보잉과 일론 머스크가 이끄는 스페이스X와 각각 42억달러(약 5조8400억원), 26억달러에 유인 우주선 개발 계약을 체결했다. 스페이스X가 개발한 크루 드래건은 2020년 유인 시험비행을 마치고 9차례 수송 임무를 수행한 데 반해, 보잉의 스타라이너는 개발이 수년간 지연되면서 비용만 쌓여 갔다. 지난 6월에서야 우주비행사 2명을 태우고 시험 발사에 나섰으나, 기체 결함으로 인해 당초 8일로 예정됐던 비행 일정이 8개월로 늘어났다. 우주비행사들의 귀환도 스페이스X가 맡게 되면서 보잉은 굴욕적인 상황에 놓였다. 앞서 보잉은 스타라이너 개발 지연에 따른 초과 비용만 16억달러에 이른다고 밝혔다.

보잉은 상당 기간 전부터 우주 사업을 정리할 계획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WSJ는 오트버그 CEO가 8월 부임하기 전부터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창업자의 우주 회사인 블루 오리진에 우주 사업 매각을 추진해왔다고 했다. 블루 오리진은 스페이스X의 경쟁자로 꼽힌다.

보잉은 핵심 사업인 항공기 사업에서도 안전 사고와 노조 파업 등으로 위기를 겪고 있다. 올해 737 항공기가 결함으로 잇따라 사고를 내면서 주가가 폭락한 데 이어, 지난달부터는 노조가 임금 인상 등을 요구하며 파업에 돌입했다. 파업이 5주 넘게 이어지면서 보잉의 항공기 생산 차질이 계속되고 있고, 손실도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