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내 출시된 비만 치료제 ‘위고비’가 과열 양상을 보이는 가운데, 치료가 아닌 다이어트 목적의 오남용 우려가 커지고 있다. 위고비는 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GLP)-1 호르몬을 모방한 비만 치료제로, 뇌의 시상하부를 자극해 포만감을 높여 체중 감량 효과를 거두는 방식이다.

GLP-1 계열 비만 치료제의 부작용으로는 울렁거림이나 설사 등이 있고, 심각한 위장 질환 위험을 높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처방 대상이 아닌 사람이 위고비로 살을 빼려고 무리하면 안 되는 이유다.

사치다난다 판다(Satchidananda Panda) 미국 솔크연구소 교수는 비만 치료제보다는 저녁 식사 후 이튿날 아침 식사 때까지 총 8~12시간 금식하는 ‘시간 제한 식사법’이 부작용 없는 체중 감량법이라고 강조했다. 사진은 지난 9월 26일 한국생명공학회 국제 심포지엄에서 판다 교수가 강연하는 모습.

학계에서는 비만약에 의존하지 않고 살을 빼는 방법으로 ‘시간 제한 식사법(Time-Restricted Eating·TRE)’을 활발하게 연구하고 있다. 이는 하루 중 일정 시간(8~12시간) 동안 음식물 섭취를 제한한다는 의미다. 예컨대 저녁 식사를 오후 7시에 끝냈다면 이튿날 오전 7시까지 12시간 동안 단식하는 식이다. 특정 시간 동안 물을 제외한 어떤 음식도 먹지 않는다는 의미에서 ‘간헐적 단식’으로도 부른다.

앞서 108명을 대상으로 한 ‘시간 제한 식사법’ 임상에서 참가자들은 체중, 체질량지수(BMI·체중을 키의 제곱으로 나눈 값), 복부 지방, 혈당 등 각종 지표가 유의미하게 개선됐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이 연구를 비롯해 생체 리듬 분야의 세계적 권위자로 꼽히는 사치다난다 판다 미국 소크연구소 교수는 지난달 한국생물공학회 국제심포지엄에서 기조 강연자로 참석해 “시간에 질병 치료의 답이 있다”고 강조했다. 소크연구소는 노벨상 수상자를 6명 배출한 생명과학 분야의 세계 최고 연구기관이다.

판다 교수는 위고비와 같은 비만 치료제는 만병통치약이 아니라고 밝혔다. 그는 “비만 치료제가 어떤 사람에게는 효과가 없고, 예상하지 못한 부작용이 나타난다”며 “처방 범위 기준선에 있는 사람은 비만 치료제가 없어도 된다”고 했다.

한국에서 위고비 처방 대상은 체질량지수(BMI) 30㎏/㎡ 이상인 ‘비만 환자’다. 또 BMI 27㎏/㎡ 이상 30㎏/㎡ 미만 과체중이면서 한 가지 이상 동반 질환이 있는 환자에게도 체중 감량 목적으로 처방할 수 있다. 하지만 위고비 출시 직후부터 처방 대상이 아닌 사람이 불법 거래로 투약을 시도하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식약처가 “GLP-1 계열 비만 치료제는 비만에 해당하는 환자만 신중하게 사용해야 한다”며 온라인에서 위고비를 사고파는 행위를 집중 단속한다고 발표했지만, 출시 직후 개인이 온라인으로 매매하려는 불법 거래 움직임이 잇따랐다. 위고비는 의사 처방을 받고 약국에서 사야 하는 전문의약품이다.

판다 교수는 “체중 감량에서 칼로리 제한보다는 하루 중 정해진 시간 동안에만 먹는 습관이 더 효과적”이라고 강조했다. 시간 제한 식사법이 특정 단백질 유전자의 발현을 조절해 만성질환, 감염성 질환자의 회복력도 높였다는 것이다. 그는 “심야 근무나 잦은 교대 근무로 생체 리듬이 불안정한 사람들도 시간 제한 식사로 스트레스를 완화하고 질환 위험을 줄일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