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10월 19일 대전 유성구 대전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대덕연구개발특구 50주년 기념 기술사업화 박람회 및 우수성과 전시회. 한국화학연구원 부스에서 폐의류의 화학적 선별 및 저온해중합 기술을 선보이고 있다./뉴스1

정부가 연구개발(R&D) 예산을 투입해서 확보한 공공기술이 사장되지 않고 사업화로 연결될 수 있도록 돕는 펀드를 만든다. 정부가 120억원, 민간이 120억원을 투자해 240억원 규모로 조성할 계획이다.

17일 과학기술계에 따르면,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내년에 ‘연구성과스케일업 펀드’ 조성에 나선다. 과기정통부는 “질적으로 우수하지만 사업화에 많은 비용과 시간이 소요돼 초기자금 확보가 어려운 공공기술사업화 기업의 시장 안착을 돕기 위한 펀드”라고 설명했다.

공공기술사업화 기업은 대학이나 정부출연연구기관(출연연)이 개발한 기술을 이전 받은 기업이나 정부의 R&D 성과를 사업화하는 기업, 공공기술 기반의 창업 기업을 말한다.

정부는 전에도 공공기술사업화 기업을 돕기 위해 여러 차례 펀드를 만들었다. 2006~2007년에는 과학기술진흥기금을 재원으로 한화인베스트먼트와 SBI인베스트먼트에 900억원을 출자해 민간 투자금을 합쳐 총 1392억원을 공공기술사업화 기업에 투자했다. 2021년부터 올해까지도 공공기술사업화 펀드를 결성해 정부 출자 435억원을 포함해 모두 930억원을 민간에 투자했다.

공공기술사업화 펀드 결성이 올해 마무리되면서 내년부터는 새로운 펀드가 필요한 상황이었다. 새로 장관에 취임한 유상임 과기정통부 장관도 기술사업화를 강조하고 있어 새 펀드에 대한 기대감도 컸다. 이번에 연구성과스케일업 펀드 조성이 확정되면서 공공기술사업화 기업에 대한 지원이 유지될 수 있다.

과기정통부는 한국벤처투자에 120억원을 출자해 모태펀드 조성에 나설 계획이다. 한국벤처투자가 모태펀드를 활용해 민간출자자에게 120억원을 추가로 출자 받아서 총 240억원 규모의 모태출자펀드를 만든다.

과기정통부는 내년에서 그치지 않고 2028년까지 매년 100억원 규모를 모태펀드에 출자해 펀드 규모를 키워나갈 계획이다. 기획재정부와 협의해 2029년부터는 앞서 출자한 공공기술사업화 펀드에서 회수한 자금을 재출자하는 형태로 펀드를 장기적으로 유지해나간다는 방침이다.

특히 이번에 결성하는 펀드는 윤석열 정부가 정한 12대 국가전략기술 분야에 중점적으로 투자할 것으로 보인다. 과기정통부는 12대 국가전략기술 가운데 연구 성과가 나오는 시기에 맞춰서 펀드 투자를 집행하기로 했다. 내년에는 바로 연구 성과가 나오는 첨단바이오와 인공지능, 반도체·디스플레이에 집중하고, 2028년에는 차세대 원자력, 양자 같은 분야에 투자할 계획이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기존 벤처투자는 자금을 단기에 회수하기 쉬운 기업에만 자금이 쏠리기 때문에 유망한 R&D 성과가 사장되지 않도록 전용펀드를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