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짝이는 조명이 든 비닐봉투 같기도 하고, 특수 효과를 입힌 엑스레이 사진 같기도 한 이 물체는 ‘바닷속 외계인’으로 불리는 ‘빗 해파리(comb jelly)’다. 평범한 해파리처럼 보이지 않는 것은 두 마리가 찰싹 붙어 있어서다. 사실 둘은 신경부터 소화관까지 합쳐져 한 마리가 된 상태다. 샴쌍둥이(신체의 일부가 붙은 채 태어난 쌍둥이)를 연상시키는 모습이다.

영국 엑서터대 등 연구진은 빗 해파리 두 마리가 하나로 융합되는 현상을 발견했다고 최근 발표했다. 연구진은 이번 성과가 장기이식 연구 등에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영국 엑서터대, 일본 오카자키 자연과학연구기구(NINS) 등 국제 공동 연구진은 다친 빗 해파리 두 마리가 하나로 융합되는 현상을 발견했다고 최근 국제 학술지 ‘커런트 바이올로지’에 발표했다. 연구진은 이번 발견이 빗 해파리의 진화 과정에 대한 실마리를 주는 동시에 장기이식 연구 등에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빗 해파리는 7억년 전 지구에서 새로운 계통을 이룬, 지구상에 존재하는 가장 오래된 동물 중 하나로 독특한 소화·신경·근육 구조를 지니고 있다. 항문도 두 개다. 이런 특징 때문에 빗 해파리를 연구하는 학자들이 꽤 있지만, 두 마리가 합쳐질 수 있다는 사실이 밝혀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연구를 이끈 케이 조쿠라 박사는 “지난여름 바닷가를 거닐며 일상적으로 빗 해파리를 관찰하다가 일반적인 것보다 훨씬 큰 개체를 발견했다”고 밝혔다.

두 마리 빗 해파리가 붙어 있는 것처럼 보이는 이 개체는 입을 두 개 가지고 있지만 소화계와 신경계는 하나의 기관처럼 얽혀 있다. 실험실에서 확인한 결과 두 마리는 어느 한쪽에 자극을 가하면 동시에 반응했고, 한쪽 입으로 먹이를 주면 음식이 다른 쪽 개체의 소화기로도 넘어가는 현상이 관측됐다. 연구진은 이런 현상이 다른 개체에서도 발생하는지 확인하기 위해 인위적으로 상처를 낸 두 마리 빗 해파리를 붙이는 실험을 9차례 시행한 결과, 한 차례를 제외한 모든 실험에서 두 개체가 합쳐지는 것을 확인했다. 두 개체가 한 개체처럼 반응하게 되는 데 걸리는 시간은 두 시간에 불과했다.

연구진은 “빗 해파리가 자신의 몸과 다른 개체의 몸을 구별하는 능력이 떨어지는 것일 수도 있다”며 “이런 신경 체계 융합은 면역 연구, 재생 연구 등에 다양하게 활용될 수 있다”고 했다.